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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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아이들>을 '셜록의 아이들'로 읽었다. 기업 특히 은행을 둘러싼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작가 이케이도 준의 작품이라 유명한 탐정 셜록을 도와주던 아이들을 떠올린듯하다. 그렇게 서평 이벤트에 참여해서 읽게 된 소설이라 조금 더 재미나게 접할 수 있었다. 샤일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이름이다. 탐정 셜록의 아이들과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아이들은 전혀 다른 아이들이다. 작가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는 '은행'을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 표현한듯하다. 그러니 샤일록의 아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은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惡戰苦鬪하는 은행원들을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삶을 흥미로운 미스터리로 엮어낸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원작 『한자와 나오키』시리즈와 나오키상 수상작 『변두리 로켓』으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 이케이도 준의 '숨겨진 베스트 1위'로 손꼽히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 일본의 미스터리 평론가 시모쓰키 아오이는 "소설가 이케이도 준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이라고 평하며 이케이도 준의 작품들을 이 작품<샤일록의 아이들>의 전前과 후後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어떤 면이 이케이도 준의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일까?


작가의 작품을 이 소설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이 이케이도 준의 작품들의 '프리퀄'처럼 느껴지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에 읽었던 작가의 작품 속에서 만나본 듯하다. 또 작품의 흐름도 비슷하다. 등장인물이 현재의 삶을 또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된 원인들을 과거와 연결해서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확실하게 악惡이지만 그 악인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등장해서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낸다.


도쿄 외곽에 있는 도쿄 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이 공간적 배경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조직이라는 배경도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도 낯설지 않은 까닭은 작가가 그려낸 모습들이 우리 직장인들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자와 나오키같은 인물의 등장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사이다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직 한자와 나오키같은 사이다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악惡인지 선善인지 애매모호한 경계를 보여주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지점에서 발생한 현금 100만 엔 분실 사건은 뜻하지 않은 흐름으로 이어진다. 보신을 위해 사건을 덮으려는 상사들과 그 진실을 밝히려는 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런데 사건은 장난감 지문 조회기를 써가며 진실을 찾아가던 영업과 대리 니시키의 실종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니시키의 행적을 쫓으면서 드러나는 더 큰 비리와 부정부패가 이야기에 더 큰 흥미와 재미를 선물한다.


정말 지점 전체를 흔들만한 부정부패의 끝을 만날 때쯤, 흥미로운 이야기의 결말을 접했다고 미소 지을 때쯤 엄청난 반전을 만나게 된다. 역시 이케이도 준이다. 이 작품은 조직의 권위에 파묻힌 개인의 삶을 열 편의 단편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단편들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연결돼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가 이케이도 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여감餘憾 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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