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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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아>는 일본의 젊은 작가 여섯(가토 시게아키, 아가와 센리, 와타나베 유, 고지마 요타로, 오쿠다 아키코, 스미노 요루)명이 공통된 주제로 만들어낸 단편 엔솔로지이다. 멋진 작품들의 공통된 주제는 '가고 싶지 않다行きたくない '이다. 그런데 '가고 싶지 않다'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로 읽힌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그런 상황, 그런 감정이 이 단편집의 공통된 주제인 것이다.


그런데 역자 김현화는 주석을 통해서 '가고 싶지 않다'가 '살고 싶지 않다'로 읽힐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살고 싶지 않다. 여섯 편의 작품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p.170. 주석] 일본어 '가고 싶지 않다(行きたくない)' 와 살고 싶지 않다(生きたくない) 는 각각 '이키타쿠나이'로 읽혀 발음이 동일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늘어나고,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로움으로 삶이 무미건조해져가는 이들에게 공감을 보이며 '괜찮다'라고 용기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는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누군가와의 좋은 관계가 있다면 그냥 하기 싫은 날들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엔솔로지의 여섯 이야기에는 다양한 '관계'들이 보인다.


두 친구의 이야기(포켓), 학생과 선생님의 이야기(네가 좋아하는/내가 미워하는 세상)그리고 인간과 로봇의 이야기(핑퐁 트리 스펀지). 또 사랑으로 상처 입은 두 여인의 이야기(어섭쇼), 불임을 둘러싼 부부이야기(종말의 아쿠아리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버전의 '우정' 즉 친구들 이야기(컴필레이션)이다. 관계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상황들이 흥미롭다. 가장 싫어하는 작가를 좋아하는척해야 하는 선생님 이야기부터 '가고 싶지 않다'라며 출근을 거부하는 로봇이야기까지 관계를 풀어낸 형식은 모두 다르다. 다양한 장르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어 단편집이 가지는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여섯 이야기들 중에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스미노 요루의 『컴필레이션』이 눈에 띈다. 컴필레이션(compilation)의 뜻은 편집본, 편집이다. 고민의 해결책이 멍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모모는 매일 저녁 찾아와 하룻밤을 보내주는 친구들이 있어 퇴근길이 즐겁다. 오늘은 또 어떤 친구가 찾아와줄까? 하는 설렘이 있는 밤이 너무나 즐겁다.


"……그래서 난 매일 멍하니 고민에 맞서고 있어."(p253)


전혀 만나본 적은 없지만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모모를 잘 알고 있고 친한 친구처럼 대한다. 하지만 모모의 삶은 누군가에 의해 '편집'된 삶이다. 오로지 새로운 친구와 함께하는 저녁시간만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던 어느 날 전에 찾아왔던 친구가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편집된 모모의 삶을 알려주고 벗어나기를 권한다. 모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매일 밤 좋은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편집된 삶일까 아니면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존재하는 평범한 삶일까.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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