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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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는 구들장을 데우는 군불처럼 따스한 글,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글을 쓰고 싶다는 박소현 작가의 두 번째 수필집이다. 제목부터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윤슬. 국어사전에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 풀이하고 있는 단어다. 알고 있던 단어였지만 다시 찾아보았다. 그래도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가 가진 의미를 어설프게라도 짐작할 수 없었다.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일까? 책을 덮을 때쯤에는 알 수 있을까?


이 책의 본문은 네 파트로 나뉘어있지만 특별한 의미를 두고 나눈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상 속에서 느꼈었던 감정들을 간결한 문장들로 편안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추억 여행을 통해서 짧은 단상들을 보여준다. 추억은 늘 그리움으로 끝나 아쉬움을 불러온다. 작가의 추억도 그런듯하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아쉬움을 남긴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추억으로 끌어들인다. 작가가 들려주는 일상에 공감하며 또 작가가 소개해 주는 소설이나 뮤지컬을 그려보며 인문학적인 즐거움도 만날 수 있어 좋다. '어떤 귀향'에서는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남편의 고향으로 돌아와 남편 없이 90대 시어머니와 정신이 온전치 않은 60대 시누이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70대 며느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 불쌍한 사람들을 두고 혼자만 편하게 사는 건 사람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서……."(p.71)라는 며느리의 말에서 인간애가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마지막 인사'에서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p.53)라는 말을 하며큰절을 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의 모습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일상에서 추억을 만나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들은 결국 '인생'이야기에 닿는듯하다. 서포 김만중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생은 한바탕 꿈이었을까?'가 마지막 이야기로 등장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본문이 끝나면 또 다른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강은교 시인과 허영선 시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두 편의 글이 또 다른 만남을 주선한다. 비리데기와 제주 4.3사건. 본문에서 만났던 마타 하리(암호명'H21')나 나혜석(나혜석을 위한 변론) 과는 결을 달리하는 또 다른 만남이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가볍고 편안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깊이가 느껴지는 에세이이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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