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가 된다 위대한 도시들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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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부족으로 시작이 무척이나 힘들었던 SF 소설이다. 『부서진 대지』 3부작으로 가장 의미 있는 SF상인 휴고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한 작가 N.K.제미신의 새로운 장편 시리즈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처음 접한 작가였지만 그가 왜 3년 연속으로 휴고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대도시에는 생명이 있고 이를 수호하는 인간 화신(化神)들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첫 편의 배경은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미국의 대도시 뉴욕이다. 상상력 부족으로 뉴욕이 살아있고 뉴욕을 지키는 화신이 있다는 설정을 느끼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장에서 맨해튼의 화신 '매니'를 만나면서 이야기 속으로, 또 다른 시공간의 뉴욕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화신들과의 여정은 뉴욕의 중심 화신을 찾아 나서는 흥미롭고 환상적인 여행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소설은 확실히 SF 소설이지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사회소설로도 손색이 없었다. 상상력 부족이 환상에 머물지 못하고 현실에 머물러서인지는 몰라도 대도시들이 안고 있는 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우선 뉴욕의 다섯 개 주를 대표하는 화신들의 조합이 그렇다. 그들은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 인종이었고, 여성이었다.

이런 화신들의'적'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게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즉 우리가 느끼는 혐오나 분노가 화신들의 적이다. 소수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혐오가 적의 모습이고 그들의 촉수인듯하다.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통하는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촉수가 달린 괴물로 변해 공격하는 장면은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돈'에 함몰된 우리들의 윤리 의식을 말하고자 하는듯했다.

재미난 SF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을 듯하다.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문제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지는 까닭은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작은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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