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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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6.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흔적에 기대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 


<책들의 부엌>은 K-스토리 공모전 독자심사에서 1위를 한 작품이다. 조금 외딴곳에 위치한 북 카페와 북스테이를 접목한 '소양리 북스 키친'을 지키는 사람들과 찾아오는 이들의 삶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음식처럼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p.227) 유진이 시우와 형준과 함께 꾸려나가는 북 카페를 겸한 북 스테이이다. 이야기는 이곳을 찾은 이들의 사계절과 함께 전개된다.


할머니와의 추억을 찾아서 할머니 댁을 찾아온 유명 연예인 다인의 봄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할머니 댁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선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불면증을 잊고 편안한 밤을 보낸 다인은 기분 좋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떠난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제 이야기는 스텝 중 한 명인 시우의 과거로 떠난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찬욱, 세린, 나윤)과 함께 오늘을 이야기하며 불안한 내일을 그린다. 그렇게 편지 쓰기 프로그램에서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쓴 나영은 크리스마스이브에 4월의 나영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이도 생긴다.


p.216 현실에서는 각자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지만, 그리운 마음속에서 언제나 만난다. 그런 그리운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이야기의 물줄기를 이루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일한 장기(한 달) 투숙 고객인 소희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전도유망한 법조인이다. 그런 그가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최단 경로'를 달리던 그가 '최적 경로'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마리에게 로맨티시스트 끝판왕의 모습을 보여준 지훈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이제 이야기는 여름을 지나 가을로 이어진다.


엘리트 소희가 직접 예약하고 찾아온 인연이라면 '금수저' 수혁은 우연히 찾아온 인연이다. 각자 품은 사연들은 다르지만 그들에게는 젊음이라는, 상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젊음은 과거의 상실을, 오늘의 아픔을 밝은 내일로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서 좋은 듯하다. 그리고 소양리 북스 키친은 그런 젊은이들을 포근하게 감싸 힘차게 일어날 힘을 주는 곳이다. 과거 위에 지은 오늘로 새로운 내일을 보여주는 곳이 소양리 북스 키친인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소양리 북스 키친과 인연을 맺었었던 이들이 돌아온다. 각자의 과거를, 사연을 품고 찾았었던 이곳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온다. 작은 반전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 아주 작은 반전이지만 울림은 상당히 컸다. 누군가의 이별 이야기보다는 사랑 이야기가 더 좋다. 감동적인 눈물보다는 유쾌한 웃음이 더 좋다. 이 책은 감동적인 웃음을 준다. 젊음이 과거를 딛고 미래로 향하는 오늘을 따스하게 그리고 있는 책이다.


삶은 정해진 길이 없어서 흥미로운 것 같다. 여기 등장하는 젊은이들도 굴곡진 삶의 길을 걷고 있다. 서로의 길을 응원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소양리 북스 키친을 통해서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편안함을, 포근함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쌤앤파커스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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