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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스 포풀리 - 고전을 통해 알고 싶었지만 차마 물을 수 없었던 모든 것
피터 존스 지음, 홍정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월
평점 :
고전을 접하는 까닭은 오래전 인류가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지혜를, 오래전 고전에 담긴 지혜를 배우고 느끼기 위해 고전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고전들의 시작은 무엇일까? 어떤 무언가로 고전에 접근하더라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 같다. 오래 쌓아온 연륜이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는 방법들을 모두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있는듯하다. 물론 고전학처럼 열린 마인드는 구호 몇 번 외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전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복스 포풀리>를 통해 만나본다.
p.22 현대사회에서 '고전'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고전이란 첫째, 과거의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을 뜻하고 둘째,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학작품을 뜻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친 피터 존스 교수가 들려주는 '고전학' 이야기의 중심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역사를 기록한 문자와 언어다. 저자는 고전학을 배우고 가르치고 또 고전학이 후대로 이어져야 할 이유를 명백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고전학을 접근하는 길로 역사도 정치도 아닌 언어와 문자로 정했다. 독특하다. 그 독특함은 고대사 설명에서도 접할 수 있다. 보통 서양 고대사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로마가 먼저 등판한다. 야구로 치면 선발투수인 것이다. 선발투수 로마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서양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라틴어'이다. 로마인들의 언어와 문자가 라틴어이다. 그리스어로 쓴 성경을 라틴어로 바꾸면서 서양 고대사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제 중세라는 문화 암흑기가 도래해서 한동안 서양세계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종교, 문화, 사회, 역사, 철학 등 정말 많은 인문학 분야에서 던지는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해주는 책이다.
세계의 패권에 따라 공용 언어가 변하고 그에 따라 문화도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라틴어를 통해서 소개되고 보존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라틴어라는 언어와 문자가 쇠퇴하기 시작한 때는 언제일까? 라틴어가 그리스어를 대체했듯이 영어가 라틴어를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라틴어의 역할은 폭넓게 퍼져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록에 담긴 '라틴어 발음과 그리스어 철자'도 무척 흥미로웠다.
p.306. 일상적 영역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바로 파생되었거나 중간에 프랑스어를 거쳐 파생된 단어는 전체 영어 단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수천 년에 걸친 고전 인문학 여행과 기원전부터 이어진 문자의 기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하고 밝혀내는 고전학의 재미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과거를 배우고 현재에 적용하고 미래로 전해주는 고전학의 기초는 언어이다. 언어로 표현한 것들을 기록한 문자가 고전을 미래로 전해줄 것이니 라틴어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역사, 언어, 철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고르게 맛볼 수 있는 '고전학 가이드'이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