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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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단편 작품집

"둘이 함께하는 행복이란……쉽지가 않네……."

마지막 계단을 돌아 내려오는데 갑자기 '삶'이 현관에 나타났다.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인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소설에 철학이 담겨있어 소설이 무겁기만 하던 시절에 그저 권태로운 일상을 담은 짧은 이야기로 세상을 놀라게 하며 등장한 소녀 작가가 사강이다. 사강은 19세 때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슬픔이여 안녕』으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데뷔했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가상을 수상한다. 천재 작가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작가 사강의 삶은 꾸준하게 이어졌지만 사회인으로서의 사강의 삶은 '굴곡진 인생' 그 자체였다. 약물과 도박 등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가의 마지막은 궁핍했다고 한다. 2004년 그녀의 죽음을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라며 애도했다. 감수성 넘치는 글을 쓴 작가의 말로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사강을 처음 만난 건 그녀의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을 통해서이다.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우리들 삶을 그리고 있어서 불안해하며 읽었었던 기억이 있다. 슬픔과 이별하며 작별 인사(아듀 Adieu)를 하는 것인지 슬픔과의 만남에 인사(봉주르 Bonjour)를 건네는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너무나 감성적인 흐름이 불안하기까지 했던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만나보았다.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사랑, 집착, 이별 그리고 고독을 그리는 작가 사강을 만나본다.

소담출판사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다섯 작품을 출판했다.『어떤 미소』, 『한 달 후, 일 년 후』, 『마음의 파수꾼』, 『마음의 푸른 상흔』, 『길모퉁이 카페』 장편 네 작품과 단편집 한 작품이다. 다섯 작품을 동시에 만나보는 행운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성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감성적인 작품을 많이 쓴 작가 사강이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지적이고 이성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보다 자유와 인권, 차별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 다섯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사강의 지성과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길모퉁이 카페>에는 열아홉 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사강이 출판한 네 권의 단편집 중 한 권이라고 한다. 장편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사강의 매력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사강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기쁨의 미소보다는 어두운 미소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단편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헛웃음을 짓게 할 만큼 프랑수아즈 사강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위트와 유머까지 함께하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보여주는 또 다른 사강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이 단편집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주제도 '이별'이라는 점은 사강의 한결같음을 볼 수 있다.

많은 단편들 중에서 가장 재미나고 흥미로웠던 작품은『다섯 번의 딴전』이다. 다섯 번의 결정적인 순간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조세파 백작 부인. 그녀는 왜 그런 것일까? 혹시 일부러? 정말 재미난 이야기다. 또 다른 의미에서 『길모퉁이 카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단편집의 제목을 담당할 만한 깊이 있는 작품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것들을 함축해야 하는 까닭에 단편 소설은 난해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집은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사강이 보여준 친절함이 고마울 따름이다.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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