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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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식인>은 UCLA 역사학 명예교수이자 학술·문화 비평가인 러셀 저코비가 1987년 쓴 책이다. 저자는 '머리말'과 '서문'을 통해서 이 책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들만의 영역에 닫혀있는 지식인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지식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문화의 빈자리, 젊은 목소리의 부재, 어쩌면 한 세대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 문화적 세대 단절을 탐색한다."

<마지막 지식인>은 한탄이라기보다는 지식인을 향한 ㅡ 대중적 언어를 되찾고 공공의 삶에서 자신을 재천명하라는 ㅡ 호소에 가깝다.


이 책은 "우리의 지식인들은 어디 있는가?"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질문에 문뜩 든 생각은 '아무래도 대학교에 가면 많지 않을까'였다. 그런데 저자가 찾는 '지식인'은 '공공지식인(the public intellectual)'이라는 낯선 지식인이다. 지식인들이 향한 대학교가 공공 지식인들의 무덤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의 친절한 설명으로 조금씩 공공 지식인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p.306. 하지만 여기에서의 결정적인 범주는 지식인, 즉 사색과 아이디어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공공 지식인, 즉 공론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공공 지식인이라는 어렴풋한 개념은 옮긴이 유나영의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조금 더 확실해진다.

p.363. 저코비가 말하는 공공 지식인이 반드시 "진보 지식인"의 동의어는 아니다. 그보다는 교양 있는 대중을 향해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발언함으로써 단지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라 사회 공론장에 영향을 끼치는 지식인을 의미한다.


저자는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지식인들이 보헤미아를 떠나 대학교수라는 안정을 찾으면서 버리게 된 것들에 대해 들려준다. 보헤미아가 와해된 까닭은 무엇인지, 도로와 교외 주택의 발전이 공공 지식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다양한 사회 문화 현상을 바탕으로 들려주고 있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의 강한 어조로 심하게 비평하고 있다. 누군가를. 지식인들을.


미국이라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이토록 공감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누가 읽더라도 오늘 우리 지식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지식인들이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놓고 전문가 집단의 이익을 취하는 공공 지식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오늘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진보 지식인이 제도권으로 흡수되어 새로운 세력이 되면서 보수와 '다름'이 없어진듯하다. 그리고 그 현상은 미국에서 먼저 발생했었고 그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바로잡자고 주장하는 책이 <마지막 지식인>이다. 접하는 매 순간순간이 흥미로웠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순간순간이 즐거웠다. 자본주의에 물든 가짜 지식인들은 자주 눈에 띄는데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올바른 비판을 하는 공공 지식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안타까운 세상을 깨우기 위한 책이 주는 즐거움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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