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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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1.선인장은 웃지만 몹시 진지하다. 네게 더 필요한 건 없단다. 다 가졌으니까. 네가 전부이니까. 우리 모두 그래.


   데뷔작으로 아이리시 북 어워드와 루니 아이리시 문학상을 수상한 E.M.리피의 잔잔한 여행 에세이 같은 장편소설 <스킨>을 만나보았다. 주인공 나탈리가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펼쳐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생겨나는 에피소드들이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때로는 재미나고 또 때로는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나탈리가 조금씩 세상과 맞서는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재미와 감동으로 단단히 무장한 이야기는 어느 장을 펼쳐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가 나탈리의 여행을 따라 전개되고 있어서 어느 곳에서 만나더라도 나탈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나탈리의 외모를 '거대한'으로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페루 여성들의 옷은 나탈리에게 맞지 않을 것이라 들려주며 나탈리의 몸집을 간접적으로 그려보게 하고 있다. 수영복 입은 모습을 아는 이들에게 보이는 것을 꺼리고, 날씬하고 탄력 있는 몸매의 이모를 부러워하는 30대 나탈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야기 속 나탈리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나탈리 자신만 모를 뿐.

 

p.92."…우리는 혼자서도 완전한 존재야. 자신의 반쪽을 타인으로 채울 생각은 하지 마."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라고는 일도 없는 나탈리가 조금씩 자존감을 찾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희망과 용기를 품게 한다.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나탈리가 이상하게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무슨 까닭일까? 이유 랄 것도 없다. 여행지에서 방콕과 산책을 주로 하는 '은둔형 여행자'인 까닭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환각에 빠져 선인장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잔잔한 이야기를 요동치게 한다. 잔잔한 흐름이 주를 이루지만 여행지에서 적어도 한 번은 요동치는 재미와 흥미를 보여주고 있어 정말 순삭 할 수 있는 소설이다.

 

p.67."아름다움은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란다."


    발리를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페루 그리고 암스테르담까지 나탈리와 함께 여행해 보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흥미로운 모습들은 나탈리가 타인의 눈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들인듯하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우리들에게도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다. 아일랜드에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대하는 나탈리의 모습은 따스하다. 그리고 그 따스함은 암스테르담의 줄리언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p.137."나답게 살면 모든 게 훨씬 단순해지지.…"


    줄리언의 비밀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나탈리의 직업은 학교 선생님을 시작으로 마지막에는 스핀 클래스 강사이다. 운동을 자전거 여행과 접목시킨 독특한 형태의 스핀 클래스의 성공이 나탈리의 자존감을 더 높여 줄 것 같아서 그녀의 수업을 응원하게 된다. 할머니를 위한 1930년대 아일랜드로 떠나는 자전거 여행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감동적인 그녀의 자전거 여행 수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소설이지만 가끔씩 갈등을 조장하는 인간들이 등장하는 데 끝으로 그중 압권이었던 자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저기, 나탈리." 그는 진지하게 입을 연다."당신 꽤 재밌고 좋은 사람 같아요. 만약 우리가 자게 된다 해도 동정심 때문은 아닐 텐데."

이런 정신 나간 자를 나탈리는 어떻게 대했을까? 여러분은 이 정신 놓은 자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 겉으로 보이는 피부의 아름다움이 우리가 가진 매력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늘도 피부가 감싸고 있는 내면의 많은 매력들을 느끼며 자신감 넘치는 날들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어제의 나를 떨쳐버리고 싶다면 나탈리의 오늘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달로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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