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특서 청소년문학 26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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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흐름은 웹툰처럼 눈에 그려지며 가벼운 웃음과 유쾌한 재미를 주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는 그 어떤 스토리보다도 무거운 청소년 소설 <팬이>를 만나본다. 출판사 특별한서재에서 만드는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 '특서 청소년 문학'의 26번째 작품이다.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김영리의 SF장편소설로 AI로봇 팬이와 소년 워리 그리고 거리의 행위예술가 위술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미래를 함께하게 될 로봇과 인간이 주인공인 평범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이야기의 시작부터 깨지게 될 것이다.


   보통의 경우 무엇인가를 나타내는 '이름'은 다른 이들에 의해 붙여지게 된다. 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로봇과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만들어 붙였다. 그러고는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라며 누군가와 맞선다. 로봇-5089는 '팬이'라는 이름으로 또 소년 동운은 '워리'라는 이름으로 '리셋'과 맞선다. 로봇은 리셋을 거부하며 맞서고, 소년은 리셋을 요청하며 맞선다. 팬이는 그동안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리셋을 거부하고 워리는 그동안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리셋을 원한다. 

 

   그런데 소년은 리셋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자신이 로봇임을 증명해야한다. 인간의 뇌가 리셋될 리 만무하니 소년은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존재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로봇이라 생각하게 된 소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인간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할 만큼 소년을 아프게 한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큰 상처이기에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싶을까? 

 

p.90. "난 햄버거고 넌 감자튀김이야."


   리셋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게 된 두 괴짜들은 실존을 위한 고통으로 다시한번 접점을 이루게 된다. 음악을 하고 싶은 로봇 팬이는 예술의 바탕이 '고통'에 있다고 여기고 고통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옆에 고통을 잊기 위해 로봇 워리가 된 소년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p.151. 괴짜와 불량은 세상으로부터 왕따였다. 하지만 둘은 친구였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소년 워리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세상에 맞서는 로봇 팬이가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위술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보다 더 깊어지고 풍부해진다. 위술 할머니가 보여주는 행위예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p.126. 너희는 돈을 위해 살지? 난 돈으로 예술을 한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행위예술가 괴짜 할머니 위술과 자신이 가진 '기억'을 '영혼'이라 여기며 영혼 없는 로봇은 되기 싫다는 불량 로봇 팬이 그리고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로봇이 되려는 워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웃프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진짜 웃픈 이야기이다. 웃기기는 한데 미소 지을 수 없는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심장은 마구 두근거리는 웃픈 미래의 로봇 이야기이다. 그런데 워리와 팬이에게서 오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더욱 웃프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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