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 틱낫한과 에크하르트, 마음챙김으로 여는 일상의 구원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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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종교에 대한 이해도는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세상은 같은 것 같다. 사랑과 자비가 바탕인 평화로운 세상. 그런데 두 종교가 그렇게 친한 사이 같지는 않다. 추구하는 목표가 '사랑'으로 같다면 서로 친하게 지낼 수 도 있지 않을까? 어리석은 질문에 지혜로운 답을 전해준 고마운 책<깨어있음>을 만나보았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종교간 대화를 담고 있어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p.35. 불교 승려와 도미니코회 수도자는 영성전통은 다르지만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이 종교간 대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p.40. 참된 대화에서는 양쪽 편 모두가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다.…(중략)…대화는 '자기를 내려놓은 것non-self'에 기초한 행위다.


 특별함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이어지게 만드는 특색 있는 책이다. 저자는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 캠프에 참여했다가 연민에 대한 깨달음으로 쏟아지는 눈물을 체험한 도미니코 수도회 신부 브라이언 피어스이다. 가톨릭교회 신자인 저자가 불교 캠프에서 깨달음의 눈물을 흘린 특별함은 역자 박문성으로 이어진다. 역자는 불교대학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이다. 저자와 역자 모두 두 종교의 조화로운 만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런 특별한 경력을 가진 신부님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불교전문 출판사인 불광출판사가 출판하면서 특별함을 하나 더한다. 

 

 15이라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번역은 막힘없이 깔끔하다. 화려하지 않은 두 종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담백하게 흐르고 있어 편안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현재의 틱낫한과 700여 년 전 수도사 에크하르트라는 훌륭한 영적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들려주는 두 종교간의 대화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물론 종교에 대한 지식이나 상식이 모자란 탓도 있겠지만 너무나 신선한 만남이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명상 방법을 접해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들려주는 '마음챙김'과 '깨어있음'에 대해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의미와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을 천국으로 만드는 명상법을 만나보기 바란다.


p.97. 언제나 현존하는 하나님이 비추는 빛을 보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것이 마음챙김mindfulness또는 깨어 있음wakefuless수행이다.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의 생각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의 생각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종교라는 색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저 각장의 제목들 정도일 것 같다. 종교와는 거리가 먼 내게는 마치 '사랑''자비'에 대한 훌륭한 가르침을 주는 기분 좋은 에세이 한 권을 만난 것 같았다. 종교적으로 또 영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정말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아마도 종교를 가진, 불교와 그리스도교와 친한 이들이 이 책을 만난다면 더 커다란 울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p.308. 이해는 열쇠다그것은 고통이라는 감옥의 문을 열 수 있다(중략)불교도는 멈추어 서서 평정한 상태로 깊이 들여다보는 명상을 해야 한다그것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된다우리 각자는 이해의 씨앗을 지녔다그 씨앗이 곧 하느님이다그것이 곧 붓다다. 

  

 몇 해 전『침묵』을 통해서 처음 만났던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은 그 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의 내용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얼마 전(2022.1.22) 슬픈 소식을 접했다.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틱낫한 스님의 열반 소식에 전 세계 불교계가 추모하고 있다.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의 불교 사상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의 사상을 비추어보는 의미 있는 작업을 보여준 소중한 책이다. 종교적인 이야기는 만나면 조금은 지루하고 조금은 어렵다는 내가 가진 편견을 깨끗하게 지워준 흥미로운 책이다. 매 페이지마다 종교가 주는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는, 틱낫한 스님이 주는 편안함이 기다리고 있는 수작秀作이다.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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