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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 - 상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평점 :
교유서가를 통해서 박영규 역사소설 <활인活人>의 가제본을 만나보았다. <활인>은 상, 하권 두권으로 출간 예정인데 이번에 받은 가제본은 상권이다. 상권을 읽고 느낀 처음 느낌은 화가 나고 다음은 안타깝고 마지막으로는 조바심이었다. 하권을 읽지 못해 화가 나고 하권을 아직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고는 책이 정식 출간된다는 1월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조바심 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몰입감이었다. 조금만 더 읽고 싶다는 바람은 '하권으로 이어집니다'라는 문장에 허탈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 책이 출간되고 이 책을 구입할 때는 꼭 상, 하권을 동시에 구입하기를 바란다. 상권을 읽고 나면 왜 그래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몰락한 양반가 청년 노중례가 역병이 창궐한 마을에서 활인원活人院의 탄선 스님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노중례의 직업은 '오작인'이고 탄선은 서민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는 의승醫僧이다. 그런 이들의 만남은 한 마을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러고는 첫눈에 중례의 사람됨을 알아본 탄선이 중례를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이야기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를 조금씩 들려주면서 과거가 만들어낸 현재를 보여준다. 그리고 하권으로 이어질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그런데 그 미래가 안타까움과 슬픔일 것 같아서 두렵다. 그래서 하권이 더 기다려진다. 상권의 내용으로 그려본 미래와는 다른 미래를 보고 싶어서.
오작인仵作人은 시신을 다루는 천민이고 활인원은 그런 천민들을 치료하고 구휼하는 기관이다. 혜민서는 드라마 등에서 많이 보았지만 활인원은 처음 알게 되었다. 치료와 구휼. 하는 일은 같지만 혜민서는 서민을 위한 곳이고 활인원은 그곳에 가지 못하는 천민들을 위한 곳인듯하다. 활인원에는 의녀는 없고 무녀巫女가 있다. 여기서 수무당이 탄선에게 교육을 부탁한 소비가 등장한다. 의술이 뛰어나 탄선을 돕는 소비는 상권의 끝을 장식하는 인물이다. 충녕대군의 아이(문종)를 치료하면서 충녕대군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 여인 소비는 중례나 탄선보다 더 큰 반전을 보여주며 하권을 기대하게 한다.
활인! 사람을 살리는 일, 탄선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중례가 오작인이 된 까닭은 살인 현장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살인의 길이 아니라 활인의 길을 걷던 아버지가 살인의 누명을 쓰고 자결한 것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다가 탄선과 함께 활인원에서 일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선다. 고려 시대 태의였던 의승 탄선은 조선 건국과 함께 어의 양홍달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충녕대군과의 만남에서 충녕에게 자신이 유학자에서 의승이 된 연유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충녕에게 묻는다.
"대군께서는 어떤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을 살릴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의 리더라는 이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 소설에는 왕부터 천민까지 입체적인 캐릭터의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슬픔과 고통의 바탕이 되는 한恨인듯하다. 그런데 한恨에 사무친 이들에게 정情이 다가온다. 하지만 그 정이 원한의 근원이라면. 안타까운 미래가 보이는 듯한 까닭이다. 인물들의 삶이 겹치며 정과 한이 또 겹친다. 충년의 부인은 대군이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 하지만 충녕은 세종이 되었고 그렇게 그녀의 친정은 태종의 칼날을 받게 된다.
어쩌면 소비의 한恨도, 탄선의 한恨도 또 소헌왕후의 한恨도 조선의 건국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중례의 한恨만이 하권에서 시원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하다. 소비와 중례의 썸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추운 겨울을 가장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은 가슴 뜨겁게 해주는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다. 바로 소설<활인>을 올겨울에 꼭 만나보아야 할 이유이다. 뜨거운 역사 속에서 불같이 살았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뜨거운 열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교유서가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