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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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나무출판사하면 조금은 철학적인 깊이가 있는 심리학 도서나 자기개발서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갈매나무의 장르소설 브랜드'퍼플레인'의 첫 번째 작품을 만나보았다. SF, 호러, 미스터리 모든 장르를 맛볼 수 있는 단편소설집 <양꼬치의 기쁨>에는 10개의 신기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남유하 작가가 말하는 '즐거운 악몽'이 어떤 모습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10개의 '이상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악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신비한 이야기들이 흐릿하게 그려내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들이 작가가 그려놓은 악몽을 희석해서 두렵지 않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즐거운 악몽'은 아니다. 등에 진땀 나는 무서운 악몽이다. 하지만 자꾸만 다음 페이지를 엿보게 하는 묘한 마력을 가진 책이다.

그런데 무서운 이야기에 찌질한 인간들이, 아주 이상한 인간들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즐거운 악몽'으로 흘러간다. 아내에게 야근을 한다 하고 본가에 가서 저녁을 먹고, 어머니가 잠든 후에 집에 오는 남편(닫혀 있는 방), 자신의 첫사랑 여인의 이름을 딸아이 이름으로 짓는 남편(초신당), 자신의 외도를 덮으려고 아내를 몇 번이고 살해하는 남편(뒤로 가는 사람들) 찌질하고 이상한 녀석들이 세트로 나온다. 이 녀석들만이 아니다. 이 찌찔한 녀석들보다 더한 멍텅구리들의 이야기도 있다. 어쩌면 무서움을 희석해 주려는 작가의 친절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재미나게 전개된다. 미래 사회의 죄인들은 『상실형』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단편의 주인공처럼 '기억'을 상실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가 누군지 모르고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0개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좀비가 되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어떨까?(기억의 꿈) 바이러스와 좀비가 만난 상황을 재미나고 무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은 페이지터너로 이어진다. 이야기가 재미나서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고 무서운 장면이 그려져서 페이지를 더 빨리 넘기게 하는 신비한 이야기 모음이다.

p.169. 그 남자는 우리 집에 초대받은 유일한 손님이었다.

『초대받은 손』

두 시간 후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가? 아니면 애인과 함께하고 싶은가?『두 시간 후, 지구 멸망』에서 보이는 남녀 커플의 행동은 당장 지구가 망하는 긴박한 상황인데도 웃긴다. 아마도 작가가 말한 '재미난 악몽'인 것 같다. 열 개의 이야기가 모두 특별하고 재미나다. 물론 장면을 상상하거나 그리게 되면 무서울지도 모른다. 제발 빠르게 넘어가길 바란다. 상상하지 말고.

p.84. 저도 남편은 있는데요.

         라며 생긋 웃었다.   『양꼬치의 기쁨』

책의 제목이 된『양꼬치의 기쁨』은 15페이지 분량의 짧은 이야기이지만 정말 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찌질이들을 한방에 보내는 맛있는 '양꼬치'를 꼭 맛보길 바란다. 열 편의 이야기가 모두 재미나고 신비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 기대되는 까닭이다.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상상하면 무섭고 두렵지만 그 상상 뒤의 즐거움과 재미를 꼭 만나보길 바란다.

"퍼플레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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