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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불태우다 - 고대 알렉산드리아부터 디지털 아카이브까지, 지식 보존과 파괴의 역사
리처드 오벤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월
평점 :
책 제목을 접한
첫 느낌은 '분서갱유(焚書坑儒)'이다.
책을 불태우고(焚書) 유생을 구덩이에
파묻는다(坑儒)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떠오른 것이다. 진시황제가 그러한 까닭은 사상을, 지식인들을 탄압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책을
불태우다>의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옥스퍼드 대학 보들리 도서관 관장 리처드
오벤든은 지식 파괴의 역사라는 예측을 넘어 더 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책을 불태우는 행위가 가진 정치적인
의미를 보여주고, 개인적인 사유로 자신의 창작물들을 태우려고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지식 파괴를 보여준다.
"잠에서
깨어보니…유명인이 돼 있었다."라는 말로 유명한 시인 바이런과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카프카가 나란히 이 책에 등장한다. 자신들의
창작물들을 사후에 모두 태워 달라는 부탁을 지인들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개인적인 기록과 창작물의 훼손이나 파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개인의
역사가 소멸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한 국가의 기록을, 도서관을 태워버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도 하기 싫은 비이성적인 아니
야만스러운 행위일 것이다. 저자는 도서관과 기록관이 필요한
이유를 다섯 가지
기능으로 정리해 결론에서 언급한다. 그 결론까지 이르는 흥미로운 길을 꼭 함께 해보길
바란다.
책을 태운다는
것은 국가를 떠나서 인류의 역사를 지워버리는 야만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런 도서관 방화가 그리 드물지 않았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시대, 그 인물 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야만적인 행동이 있었다는 점을 이 책이 알려준다. 고대 점토판을 보관하던 도서관을 시작으로
지식과 정보를 담는 책과 그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로운 역사와 함께 재미나게 보여준다. 종교개혁은 부패한
가톨릭을 단죄하였지만 인류 지식 역사에는 커다란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어떤 잘못일까? 또 점잖은 이미지의 두 나라 영국과 미국이 전쟁을 하면서
적지에 들어가 처음으로 한 일은 무엇일까? 지식의 파괴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과거 파괴의 역사에서 발전한 미래의
모습을 끄집어 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유서 깊은
도서관의 관장이 들려주는 책과 도서관,
큐레이터의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정말 재미난 역사 책이다.
책과
도서관,
도서관 사서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역사 속 사건들과 함께 들려주고 있어 더 재미나다.
그런데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표현들이 책을 더욱 재미나게 만들고 있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접할 수 있어,
역사 책도
페이지터너(page-turner)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한편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본듯한 진한 여운이 짙게 남는 역사 책이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