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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살인대책실
사이조 미쓰토시 지음, 김나랑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 작품으로 만드는 경우는 접해보았지만 드라마를 소설로 만든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일본 화제의 드라마'어나니머스 - 경시청 손가락 살인 대책실'을
소설화한
사이조
미쓰토시는 개그맨으로 활약하다가 방송작가로 전향해서 드라마와 영화의 감독과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상을 그리게 되는 색다른 만남을 갖게 해준다. 소설이 만들어진 과정도, 작가의 이력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p.303."……난 익명에 기댄 정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았어.
익명의 정의는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야."
소설<어나니머스>의
제목 '어나니머스'의 원래 뜻은
'익명'이다. 하지만
'전 세계 해커들의 집단'을 의미하는 또
다른 뜻도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도 '블라인드 경찰'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경찰의 사건 정보를 네티즌들에게 제공하는 이의
이름이'어나니머스'이다. 드라마에서는 우리나라 배우 심은경이 '어나니머스'로 특별출연했다고 한다. 소설의 흐름을 주도하는 키로 등장하고 또
스토리의 반전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익명의 해커 어나니머스는 경찰만이 아는 정보를 알아내 온라인상에 공개하고 또 경찰보다 먼저 용의자를
특정한고 사건 관련자들의 신상을 공개한다. 경찰에게는 골치 아픈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반조 형사에게는 골치 아픈 존재를 넘어 꼭 잡아야 하는 존재이다. 잘나가던 경시청 형사 1과 형사가 신설된 조직'손가락 살인
대책실'로 발령받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설은 어나니머스라는 큰 흐름을 두고 몇몇 인터넷상의
범죄들로 꾸며진다. 각각의 사건에 조금씩 보이던 '어나니머스'가 점점 더 많이 보인다. 18세 패션모델의 자살 사건을 시작으로 '손가락 살인
대책실'이 활동을 개시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악성 댓글, 갑질, 고등학생의 노숙자 살인, 사이버 공간에서의 왕따 그리고 성폭행 등 많은 사회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 문제를 촉발한 '손가락'들의 잘못을 제대로 알려준다.
익명의 댓글과
게시물들로 무너져가는 사람들의 권리를 못된'손가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손가락 살인 대책실'에는 초보 수사관
사쿠라, 정보 수집 전문가 리리코, 사이버 수사의 천재급 인재인 시노미야 그리고 책임자 고시가야가 근무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 반조 형사도 근무한다. 다른 조직원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신설
조직에 소속된 개성 있는 인물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동안 계속해서 '어나니머스'라는 익명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어나니머스가 노리고 있는 '끝'을 알게 되었을 때의 소름으로 반전의 참맛을 제대로 느껴보길 바란다.
p.104.
"이미 지나간 과거는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미래는 얼마든지 새로 그려 나갈 수
있어요."
안타까운 사연들의
모음일 것 같았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노숙자나 청소년, 갑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그것도 미국 수사 드라마처럼 각
에피소드가 한 챕터를 구성하며 빠르게 전개된다. 재미도 감동도 빠르게 다가왔다가 바르게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듯하다. 작은 재미와 감동들이
조금씩 수위를 높이더니 대반전을 만들어 낸다. 어나니머스의 존재가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반전인데 그가 벌인 사건은 더 반전이었다. 이야기의 흐름이
무척이나 빠르고 재미있어서 단박에 다음 편을 예고하는 듯한 마지막 문장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으로
인간을 지배하겠습니다. 인간이여,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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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나니머스로부터-」
"도서출판양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