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코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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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1. 나의 정신은 외부의 황량함과 비례해서 성장했다.

<케이프 코드>는 세상과 떨어져 자연과 함께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바다에 대해 쓴 유일한 글이라고 한다. 자연을, 숲을, 그리고 호수를 사랑했던 철학가의 자연에 대한, 인간에 대한 사랑은 바닷가 여행에서도 고스란히 보인다.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소로가 들려주는 바닷가 이야기는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따스함이 넘친다. 케이프 코드는 잉글랜드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한 곳으로 미국 대륙에서 대서양을 향해 뻗어나간 곶이다.

이 책은 소로가바로 맨살을 드러낸 이 구부린 팔뚝(p.398)'이라 표현한 케이프 코드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감정들을 시인의 감성으로 철학자의 글로 그려낸 '여행기' 이다. 세 번의 여행 중 두 번은 친한 친구와 함께 했다. 첫 여행은 1849년 가을이었고 마지막 여행은 1855년 여름이었다. 고생을 무릅쓰고 같은 해변을 세 번씩이나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소로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까닭을 느낄 수 있다. 같은 풍경의 바다 같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과 그런 자연에 맞춰서 사는 진솔한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서였던 것 같다. 즉 이 책은 여행에서 느낀 사람 이야기이다.

p.57. 모든 것이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풍경이 내게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여행을 기록한 글인 탓에 여행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다. 물론 세 번의 방문이 섞여서 시간적인 배경은 오락가락하지만 장소를 따라 전개되는 큰 흐름은 끝까지 유지된다. 때로는 걸어서, 또 때로는 마차를 타고 바닷가를 지나며 그곳에 생명들을 보여준다. 소로는 황량한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작은 풀부터 사람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하다. 책에 실린 흑백 사진들보다 더 선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아마도 소로가 자연을 조금만 덜 사랑했다면 우리들에게 더 많은 스토리를 들려주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짙게 하게 된다.

이 책에 담긴 사진을 찍은 사진가 클리프턴 존슨은'서문'에서 소로의 여행기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톡 쏘는 맛이 있다.(p.15)'라고 표현했다. 소로의 생각이 흔하고 평범하지 않아서 그가 쓴 글은 대부분 독특하게 느껴지고는 하는 데 그 부분을 '톡 쏘는 맛'으로 표현한 듯하다. 이 책에서도 소로는 독특한 시선으로 또 위트 있는 말들로 여행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서 '케이프 코드'가 가진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왜 꼭 방문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다. 계속해서 그려온 케이프 코드의 바닷가 그림은 마지막 문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등지고 홀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p.399)'

시대보다 앞섰던 사상가로, 자연을 사랑한 철학자로 기억되어 온 소로의 바다 여행기는 호숫가 오두막집에서 느꼈던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신선하고 여전히 풍성했다. 글에 담긴 감성도, 글 속에 담긴 생각도 풍부하고 깊었다. 여행지에서의 소로는월든에서의 소로보다는 부드러워진듯하다. 글로 사진을 만나보는 색다른 경험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바닷가에서 어부의 오두막집을 찾아보길 바란다.

"싱긋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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