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74. 나는 인간들을 향해 끊임없이 비웃음을 날린다. 그중에서도 나라는 인간을 가장 많이 비웃는다. 내 자신과 내 생각을 비웃는다. 보고만 있어도 우습다. 여기서 우스꽝스러운 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누가 웃는 걸까?

2019년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상을 수상한 작품을 만나보았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 니나 리케<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이 바로 그 소설이다. 제목도, 표지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나고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같았다. 거기에 스토리라인도 굉장히 단순하다. 평범한 50대 중년 의사가 옛 연인과 다시 만나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바람난 의사'에 한한다면 스토리는 단순하고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미친 이웃들'의 등장이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고 작품에 담긴 '생각'을 깊게 만든다. '미친 이웃들'은 주인공 엘린을 찾아온 환자들이기도 하고 엘린이 사는 마을의 진짜 이웃이기도 하다.

p.251. 진료실에 발을 들이면 사람들은 고해실에 들어온 것처럼 자백을 쏟아낸다.

이야기는 '조금 특별한 진료실'에서 시작한다. 주인공과 토레가 대화를 나누는 재미난 상황이 이어지면서 엘린의 상황이 조금씩 보인다. 토레는 진료실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플라스틱 해골이다. 시작부터 재미나게 등장한 토레는 이후 엘린을 계속해서 자극하며 주인공에게 도발한다. 그런데 토레는 높은 심리적 수준을 보여준다. 진료실에서 숙식을 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다가 환자들과의 진료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문적인 큰 병원을 찾기 전에 찾아가는 동네 작은 병원의 일반의인 엘린은 그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의 삶을 듣고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바람난 엘린과 엉뚱한 이웃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들 삶을 보게 된다.

p.63. 나는 그를 내버려두었고, 그는 나를 내버려두었다.

 

엘린은 SNS를 통해서 결혼 전, 30년 전에 사귀었던 비에른과 재회하게 된다. 엘린이 들려주듯이 정말 '실수'가 큰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둘의 재회는 엘린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고 둘의 만남은 1년간 이어진다. 그렇게 이어지던 밀회는 다시 엘린의 '실수'로 남편 악셀에게 들키게 된다. 그러고는 현재의 상황이다. 전혀 특별할게 없는 스토리라인이지만 정말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깊은 생각을 끌어내고 있지만 이야기는 전혀 무겁지 않고 많은 사회적 문제들도 보여주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중년의 기혼자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겠지만 우리들 삶을,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누가 읽더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p.171. 이런 지능적인 연금술 덕분에 불법도 합법이 된다. 더럽고 해로운 것도 교화적인 무언가로 바뀐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시킨다. 그러면서 모든 선과 아름다움, 위대한 것과 금지된 것은 계속해 나아간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중년 기혼자의 사랑은 모두 외도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이 모두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엘린과 비에른의 경우를 만나본다면 중년의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평범한 불륜 이야기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심리적인 이야기가 된다. 깊이 있는 심리적인 표현들이 가끔씩 책을 읽는 속도를 조절해 준다. 재미나고 유쾌한 이야기들 속에서 주인공 엘린과 그의 속마음을 통해서 우리들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