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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으로 빚은 집 - 1969 퓰리처상 수상작
N. 스콧 모머데이 지음, 이윤정 옮김 / 혜움이음 / 2021년 10월
평점 :
p.193."보라!보라!저기 푸른빛 보라빛 말들이
있고……
여명으로 빚은
집이……."
'다이팔로(Dypalo).
여명으로
빚은 집이 있었다(p.21)'로 시작해서 꽃가루로
빚은 집,
여명으로
빚은 집.퀘체디바(Qtsedaba)p.340.로 끝을 맺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북미 원주민들의 삶을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 <여명으로
빚은 집>은
카이오와족 출신 작가 N.스콧 모머데이에게
1969년 퓰리처상을
안긴 작품이다. 북미대륙의 주인이었지만 유럽에서 찾아온 이민자들에게 주인자리를 내주고 '인디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이들의 소외되고
왜곡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원주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보호라는 이름의 격리 생활을 해야 했던 이들의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p.42.
그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안개 벌판은 골짜기의
바닥이었다. 창백하면서도 청록빛을 띤 그곳은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이야기는 슬프고
아프고 시린데 글을 만들고 있는 각각의 문장들은 아름답다. 지금까지 만나본 책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색을 접한 책인듯하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색을 만나본 듯하다. 과하지 않은 표현들, 절제된 표현들이 색채가 가진 아름다움을 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이 만들어낸 대지와 하늘 그리고
평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의 삭막함을 비교한다. 그리고 그 비교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이들과 문명이라는 굴레에
갇혀 살던 이들의 비교로 이어진다. 자유롭게 살던 '원주민'들을 '백인'들의 굴레 속으로 끌어들이려 갖은 수를 다 쓴다.
p.175. 그는 백인이 누구인지 알 것이었고,
할 수만 있다면 그를 죽일 테니까. 사람은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원수를 죽여버리는 법이다.
하지만 주인공
아벨은 처음부터 끝까지 달린다. 아마도 자유를 향해, 자신들만의 '언어'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백인'들이 말하는 문명과
부딪히며 자신들의 문명을 지키려 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문명을 버리고 백인의 문명을 받아들이라 강요한다. 정말 오만방자한 '백인'을, 그들의
문명을 응징했던 아벨은 지치고 아프게 된다. 몸도 마음도. 그런 그를 지켜주려는, 그런 그에게 도움을 주려 하는 친구들이 생긴다. 문명으로부터,
백인으로부터 소외된 하지만 그들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벨을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을까? 화자가 '나'에서'그'로 바뀌는 시점을 찾아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를 줄 것이다.
p.180.
주변은 온통 원수들이었으며 그는 자신이 그들의 눈에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북미 원주민들이 이어온 그들만의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색다른 재미를 선물하고 있다. 원주민의 생각을 그들의 전설, 노래
그리고 전통 의식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인문학 책 같은 느낌이다. 아벨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낯선 문명에 녹아들 수 있을까? 문명이라고 불리는
'백인'들과 타협할 수 있을까? 아벨은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순간 말을 하지 않는다. 타협을 거부한 듯 보인다. 문화적인 차이가 만들어낸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백인들에 의해 인도 사람(인디언)이 되어버린 북미 원주민들의 삶을,
그들의 노래를, 그들의 전설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혜움이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