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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p.10.살겠다고 살았다기보다는 그냥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끝났다.
p.22.……끝났는데, 끝이 나지
않는다……
p.134.죽음이, 내가 죽는 것이 무서운 것도 아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이 무서웠다.
p.177.누구나 혼자 다 떠안지 못할 만큼 방대한 시간을 안고,살다가,죽는다.
열심히 살았지만
불행이, 불운이 반복되어 삶을 등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12살부터 집을 떠나 타지를 떠돌며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앞만 보고 성실히 살았던 주인공 가즈가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노숙자로 살게 된 사연은 슬픔을 넘어 아프다. 가즈가 선택할 수 있었던
삶은 없었다. 가족의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홀로 처절하리만큼 외로운 삶을 살았던 가즈가 처음으로 선택한 삶이 노숙자이다. 연금을 받으며 손녀와
함께 안락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가즈는 고향집을 떠나 노숙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왜일까? 가즈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우에노 역 승강장에서 시작해서 그곳에서 끝을 맺는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이라는 시간 속을 오가며 전개된다. 가즈는 일본의 천황과
같은 해(1933년)에 태어났다. 또 그의 아들 고이치는 일본의 황태자와 같은 날 태어났다.(1960.2.23) 작가 유미리는 가즈와 천황의
삶을 비교하는 듯하다. 그러고는 일본이 치른 두 번의 올림픽도 끌고 와서 올림픽이라는 화려함 뒤에 소외된 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이들의 삶도 상기시킨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대표로 '노숙자'를 선택한듯싶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원에서 수시로 내몰려야 하는 노숙자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소외된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의 아픔을, 슬픔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안타까웠다. 1997년 소설 『가족
시네마』로 나오키상과 함께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되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지만 일본 우익단체의 협박을 받아야 했던 작가가 일본의 사회상을 고발하는 용기를 보인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던 2014년 발표한 것이다. 도쿄의 어둠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불편한 작품일 것이다.
그런데 2020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하며 유미리는 다시
한번 큰 이슈를 만든다. 일본이 이룬 쾌거로
소개하는 일본인들에게 자신은 한국인이니 일본의 쾌거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그곳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작가의 용기는 어디까지일지 앞으로의 작품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