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 미조의 시대
이서수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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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9. 취한 사람에게는 취해 비틀거리는 세상이 온전해 보이니까.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즐겨읽는다. 단편소설이 가진 함축적인 생각을 읽어내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래도 가끔은 외식을 하듯 단편소설을 읽는다. 어쩌면 이제는 단편들이 품은 뜻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아주 가끔 손에 잡는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는다. 재미보다는 작품성을 만나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을 만나보았다. 여전히 이해불가인 작품들도 있지만 또 그럭저럭 이해가 되는 작품들도 있다. 문학상 수상집을 읽는 재미는 작품 해설을 보고 내가 이해한 내용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 때다. 이번 작품집에도 작품 해설이 실려있다. 이번에도 재미있다.

 

작품집은 대상 수상작과 우수작품상 수상작 6편 그리고 대상 수상 작가 이서수의 자선작『나의 방광 나의 지구』와 기수상작가 최윤의 자선작『얼굴을 비울 때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모든 작품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상 가장 빈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젊은 세대들의 아픔을 말하고 있는 작품도 있고 세대 간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을 각자의 삶에서 찾아보려는 작품들도 보인다. 또한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우리 사회의 특징이 되어버린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도 보인다. 역시 문학상 수상작들답게 쉽고 편안하게 읽히지는 않지만 충분한 공감만은 끌어내고 있는듯하다.


p.33.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대야.

돈이 가지는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래서 언제나 돈은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대상 수상작『미조의 시대』에서 작가 이서수는 5천만 원이라는 돈의 가치를 한없이 작게 그리고 있다. 서울이라는 괴물에게 5천만 원이라는 돈은 한없이 작다. 현실에서 그 돈으로 전세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미조와 엄마가 원하는 집을 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게 빈곤이 주는 슬픔을,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 미조 자신의 구직 문제를 더해 이야기는 한없이 무겁고 어둡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 '내일은 멀고, 우리의 집은 더 멀고, 민들레 꽃씨가 날아와 우리 머리 위에 내려앉은 가까운 그런 밤이었다.'(p.43) 시를 쓰지 않겠다던 엄마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고, 미조는 일기를 쓴다.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가들 중에는 박솔뫼 작가가 가장 반가웠다.『인터내셔널의 밤』을 읽고 처음이라서 그런듯하다.『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에서 만난 작가는 여전히 많은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짧은 글에 너무나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듯해서 따라가기 벅찼다. 그래도 즐거웠다. 이 작품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이 즐거움을 준다.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다양하게 전해주고 있다.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제목부터 끌린다.『아가씨 유정도 하지』그래서 제일 처음 읽었다. 작품집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은 골라읽는 재미이다. 이 책에 담긴 작품 해설을 통해서 문학성 접근도도 확인해 보고 문학 작품을 골라읽는 재미도 맛보길 바란다. 


"생각정거장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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