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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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Y 대본집 <나나>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에게나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K-영어덜트 소설이다. 그런데 '지은이'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다. 평소 작가의 네임 밸류보다는 제목이 주는 느낌으로 소설을 고르는 편이라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대본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이런 작품을 만든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재미, 감동 그리고 교훈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가는 누굴 일까?

떠오르는 작가들이 몇몇 있었지만 사실의 진위 여부를 알아내는 것보다는 이 소설의 끝을 만나고 싶다는 열정이 더 컸다. 다른 곳에 한 눈을 팔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작가가 만들어낸 촘촘한 스토리 구성이 강력한 몰입도를 끄집어내고 있다. 잡지 않았으면 몰라도 한번 잡으면 눈에서 절대로 놓을 수 없는 마력을 가진 책이다. 아마도 '영혼 사냥꾼' (사냥할 선)(영혼 영)이 등장하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예상대로 선령은 영혼을 사냥할 생각은 없고 아이들의 영혼을 돌려보내려 도움을 준다. 티 안나게 아주 간접적으로. 가출 영혼 사냥꾼이라기보다는 가출 영혼 도우미 같은 존재다. 그런데 기존의 저승쪽 인물들과는 다른 복장을 하고 다닌다. 복장대로라면 어쩌면 지금 여러분의 옆에 선령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각기 다른 이유로 버스에 탔던 두 소년, 소녀가 특별한 가출을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혼이 육체로부터의 가출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영혼이 빠진 육체가 혼자 살 수 있다고? 영혼 사냥꾼 선령이 한수리와 은류에게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 까닭은 모르지만 영혼과 육체가 분리 되었고 일주일 안에 다시 자신의 육체로 들어가지 못하면 둘은 선령을 따라가야 한다고. 그런데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둘의 반응이 너무나 다르다.


한 녀석은 죽기 살기로 자신의 육체로 들어가려 하고 다른 한 녀석은 자신의 육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여기서 이 이야기가 가진 재미는 업그레이드된다. 영혼 없이 사는 것.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서글프다. 얼마나 큰 아픔이, 슬픔이 있었기에 이제 열여덟(한수리), 열일곱(은류)의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한단 말인가? 모든 면에서 중심에 서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던 아이와 무조건 양보하던 예스맨 아이 중 어떤 아이가 나에게 돌아가길 바랄까? 또 어떤 아이가 돌아가지 않으려할까? 둘은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나(육체)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나(영혼)를 보면서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된다. 나의 육체에게 나는 어떤 영혼일까? 나의 영혼에게 나는 어떤 육체일까? 삶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콕 꼬집어 바른길로 가라고 말하고 있는듯하다. 그런데 수리도 류도 나름 바른길을 걸어왔었다. 모범적인 길을. 어떤 길이 진정한 바른 길인지 선령이 찾아주는 바른길을 만나보기 바란다. 나(영혼)로 살아가기 위해 나(육체)를 필요로 하는 우리 모두는 '나나'일 것이다. 그리고 나나로 살고 있다면 정말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오늘도 나나로 살고 있기를 바란다.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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