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애널리 뉴위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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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4. 도시 버리기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교훈은 아마도 인간 공동체가 매우 탄력성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도시는 사라질지 모르지만 우리 문화와 전통은 살아남는다.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애널리 뉴위츠가 쓴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르포'다. 어떤 사실에 대해 심층 취재해서 알리는 르포가 이 책의 성격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특징 중에서 가장 큰 특징은 도시의 멸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멸망한 도시의 생성과 발전 시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교훈이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역사 속에서 '멸망'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야 했던 네 개의 도시들이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이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차탈회윅, 폼페이, 앙코르, 카호키아.

역사 시간을 통해서 접해보았던 폼페이와 앙코르는 어렴풋하게 멸망 원인이나 위치 정도가 떠올랐지만 이름마저 낯선 차탈회윅과 카호키아는 어느 대륙에 있었던 도시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1부 차탈회윅과 4부 카호키아를 더욱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름조차 발음하기 힘든 차탈회윅은 터키에 있었던 도시이다. 물론 도시라기보다는 큰 마을로 보는 이들로 있지만 저자가 전하는 도시라는 개념으로는 90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존재했던 도시가 맞는 것 같다. 카호키아의 위치는 더욱 흥미롭다.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에 천 년 전 존재했던 도시라고 한다. 왓슨브레이크로 불리는 북아메리카의 가장 오랜 된 유적지(카호키아)는 5500년 전의 토목공사로 이집트의 첫 피라미드가 건설되기 수백 년 전에 피라미드와 비슷한 규모의 공사를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은 도시의 흥망성쇠를 통해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사라진 도시를 찾아서 그 속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삶을 들려준다. 그런데 그들의 생활을 돌아보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오래전 인류의 문화와 사회를 오늘에 전하는 발굴 현장과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발굴 현장에서 오래전 흙더미 속에 있던 뼈가 진짜 뼈인지 뼈 모양의 돌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서 말이다. 고고학자들은 '핥기 점검'이라는 재미난 뼈 맛보기를 통해서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고 한다. 정말 독특한 접근으로 특별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p.293. 그리고 그 유적은 수백 년에 걸쳐 몇 개의 시기를 거치며 역동적으로 변화한 문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p.294. 문명들은 수백, 수천 년을 거치면서 밀집된 도시 국면과 분산 국면을 여러 차례 순환할 것이다.


우리 사회와 문화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서 계속되고 이어졌고 이어질 것이다. 이 점을 바탕으로 도시의 붕괴를, 멸망을 설명하고 있다. 즉 도시는 멸망하고 붕괴해도 그 속에 살아 숨 쉬던 문화와 사회는 이어졌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야인들이 아직도 그들만의 문화를 이어가듯이 도시는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변화'하는 것이다. 사라진 네 개의 도시는 닮은 듯 다른 길을 걸었고 그 도시들이 걸었던 길을 유적을 통해서 흥미롭게 들려주며 그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고 있다.

 

 

 

 

 

p.22. 도시를 만드는 것은 여러모로 노동력을 조직화하는 일이다.

p.321 노동력을 잘못 쓰면 불행해진다. 그리고 도시 버리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사다리를 통해서 '옥상'으로 출입하고 방바닥 밑에 시신을 묻어두고, 벽 속에 유골이 있는 방에서 생활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인류가 모여 살기 시작했던 도시(차탈회윅)의 첫 모습은 그랬다고 한다. 도시가 가진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 고 인류사에서 사라진 초기 도시들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벽 속에 유골을 넣어 집을 지어야 했던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는 특별한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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