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p.177."……내가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을 찾아온 것은 바로 그 경계를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8월의 태양』으로 처음 만났던 마윤제 작가가 3년이란 긴 시간 끝에 완성한 장편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보았다. 재미난 스토리에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흥미진진한 빠른 전개를 보여주었던 『8월의 태양』과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었다.『8월의 태양』에서 만났던 느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완전히 다른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재미난 이야기와의 편안한 만남을 기대했었는데 기대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바다에서 초원으로, 동해에서 아르헨티나 고원으로 옮겨진 배경은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열두 살 소년이 바람을 만든다는 전설, 신화 속의 '웨나'를 찾아 나서기까지는 성장소설인가 보다 했다.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이 맞다. 나를, 독자를 성장시키는 소설이다. 삶에 대한 자세를 성장시키고 인생에 대한 생각을 키워주는 엄청난 깊이를 가진 소설이다. 소설은 열두 살 소년이 여든 살이 넘은 초원의 목동 네레오 코르소가 되기까지 걸었던 삶의 길을 따라간다. 그 길에서 만났던 많은 이들이 삶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p.161. "……오히려 각성을 멀리하고 행동을 단순화하는 것이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첩경입니다.…… 본능을 일깨우는 것이 바로 심연 깊은 곳에 숨은 삶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욕망에 충실한 것은 영혼의 타락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진실한 방법인 것입니다."

'웨나'를 찾아 나섰던 20대 청년은 '웨나'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만들고 정착한다. 그렇게 행복한 날이 이어지면 좋으련만 네레오는 자신의 삶을 찾아 또다시 길을 나선다. 왜 가족을 버리게 된 것일까?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설 만큼 삶에 진지했던 네레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소설을 읽고 있는데 철학 책을 읽는 것 같았다. 길에서 네레오가 만나는 다양한 인생, 많은 삶들이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 속으로, 생각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바람은 만들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속에 커다란 소용돌이를 품게 하는 작품이다. 내 삶의 방향은, 인생의 표석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강한 소용돌이를 계속해서 일으킨다. 그래서 네레오의 길을 따라가기가 쉽고 편안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책을 덮고 마음속 소용돌이를 가라앉히는 동안 만나게 되는 삶에 대한 자세와 인생에 대한 의미는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편안함을 주고 있다.

'웨나'는 삶의 의미, 삶의 본질을 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아직 만나본 사람도 없고 만나본 사람들도 웨나의 실체를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웨나를 찾아 걷고 또 걷는 네레오의 길은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 같았다.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동경하지만 도전할 용기는 내지 못하는 걸음. 네레오는 그 걸음을 시작했고 웨나라는 존재를 찾아 젊음을 투자한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그에게 한 청년이 찾아온다. 웨나일까?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일까? 가벼게 접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