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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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6. "제대로 살지 않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해요."…(중략)"자신을 소홀히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분노를 퍼붓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 자신……."


아마존 1위를 차지했던 색다른 일본 소설<버터>를 만나보았다. 나는 매일 직장 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로 인기를 끈 유즈키 아사코의 작품이다. 결혼을 미끼로 만난 남자들에게 10억 원 넘는 돈을 갈취하고, 그중 세 명은 자살을 위장해 살해했다는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2009년 큰 이슈가 됐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답게 스토리의 흐름은 자연스럽고 그 내용은 풍부하다. 실화의 기본적인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워진다.

 

제목에 등장하는 '버터'는 음식에 쓰이는 평범한 버터이다. 하지만 평범한 음식 재료인 버터는 세 명의 남자를 죽인 여성 가지이 마사코를 취재하는 마치다 리카를 통해서 특별해진다. 음식의 맛과 향을 풍부하게 해주는 버터를 통해서 리카는 삶을 풍부하게 또 의미 있게 만드는 '사랑', 가족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리카에게 버터를 소개해 준 가지이에게 버터는 어떤 의미였을까? 음식을 대하는 두 여인의 차이가 그녀들의 삶 자체를 다르게 만든 것 같다. 


리카 vs 가지이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 어차피 수감되어 있는 가지이와 자유로운 리카의 대결이라는 구도부터 이상하다. 하지만 그 전개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가지이에게서 단독 인터뷰를 얻어낼 욕심에 교도소를 찾은 리카는 가지이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사회 통념에 어긋난 '꽃뱀'의 외모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되었다. 얼굴도, 몸매도 전혀 이쁘지도 않은 가지이에게 피해 남성들은 무엇 때문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접근했던 리카는 자신이 빠져들어 몸무게가 갑자기 불어나게 된다.'뚱뚱한 여성은 게으르다.' 그럼 뚱뚱한 남성은? 아니 체형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자체가 합리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 이성과 감성 모두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진다.


음식이 가지는 의미를 '식구食口', 가족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 가족, 식구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식구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작가가 알려주는 가족, 식구의 모습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사랑으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 다 함께 모여 칠면조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관계. 이 책에서 알려주는 레시피는 요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관계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리카와 가지이의 차이를 보면서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p.189. 욕망을 끝없이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아서다.


잔인한 살인마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만나게 되는 이들의 따뜻함이 담긴 이야기이다. 수감된 상태에서 세 번의 결혼을 한 실화속 주인공이 소설에서는 어떤 마법을 부릴지 만나보기 바란다. 하지만 꼭 리카 옆에 붙어 있기를 바란다. 가지이에 매력,아니 마법에 빠지는 순간 그녀의 노예가 될 지도 모른다. 집에 밥솥 하나 없던 리카도 요리를 시작하게 만든 가지이의 마력을 조심하길 바란다.


"이봄으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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