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황병주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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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7. 내부 위기를 봉합하고 억압하기 위해 외부 위기를 동원하는 전략이 정권의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다. 간첩은 그렇게 내부와 외부의 위기를 기묘하게 연결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닮았다.


우리는 식민 지배와 전쟁이라는 너무나 아픈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그 어둠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같은 민족 간의 이념전쟁이라는 아픔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조금씩 아픈 상처를 치유해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좌우익이라는 이념 전쟁은 이어지는 듯하다. 1960년대 들어선 군부정권에 의해 공산주의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교육을 받은 우리에게 '간첩'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무겁기만 하다.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간첩이라는 오명은 지워지지 않는 '주홍 글씨'로 삶 자체를 무너뜨린 게 사실이다.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은 '간첩'이라는 낙인이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안타까운 것은 한 지역에 살던 두 가족이 겪은 아픔이라는 데 있다. 간첩단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고통을 받은 진항식과 김상회는 친척간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모두 친척간이고 가족이다. 어떻게 두 가족이 간첩단이 되었을까? 결론은 이 간첩단은 국가라는 권력집단이 만들어놓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슬프고 아픈 현대사의 어둠이다.

군부 정권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간첩을 이용했다. 조작된 간첩단 사건은 이 사건 말고도 많다고 한다. 어이없지만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서 어떻게 조작했고 또 어떻게 바로잡게 되었는지 만날 수 있어서 현대사의 그늘과 빛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사를 전공한 네 명의 학자들이다. 1부와 서론, 결론은 황병주, 2부의 시작인 4장은 정무용, 5장은 이정은, 6장은 홍정완이 썼다.

 

1에서는 삼척이라는 지역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를 식민지 시대부터 들려준다. 2에서는 삼척 가족 간첩단 사건의 전개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3에서는 끝나지 않은 그들의 고통을 들려준다. 왜 그들이 간첩이 아닌지에 대한 기초를 다지고 있는 듯했다. 4에서는 간첩이라는 낙인이 망가뜨린 각 개인들의 삶을 그들의 진술을 토대로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56은 어렵사리 바로잡은 그들의 권리와 인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심 청구의 기각에서 판결까지 지난한 과정을 정말 자세하게 다룬다.


결론에서는 정권 유지를 위해 간첩단 사건을 이용했다는 저자의 합리적인 의심을 들려주고 있는데 아마도 누구나 공감하게 될 것 같다. 또 저자는 같은 간첩단 사건에서 보인 다른 법 집행을 비교하며 들려준다. 농촌의 가족이 우연히 간첩단으로 몰린 사건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간첩단이 된 사건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나와 다르면 틀렸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의 이념이나 생각을 무시하고 짓밟는 행태는 오늘도 여의도 언저리에서 보인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의 생각을 극단적으로 흐르도록 이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근현대사의 고통과 아픔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이 책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월북했던 형이 남파 간첩으로 온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신고를 해야할까? 어머님을 위해 숨겨줘야할까? 가족의 정, 윤리가 먼저일까? 국가의 이념이 먼저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멋진 책이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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