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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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그곳이 우리의 정원이기에 우리는 삽을 들고 열심히 땅을 일구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집을 만나보았다. 펭귄의 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대단하지만 그의 장례식이 프랑스 국장이었다는 것이 더 대단하듯 하다. 프랑스 국민이 존경했던 작가 겸 비평가는 그의 유일한 명상집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처음 접하는 작가의 생각과의 만남도 좋았지만 제목에 담긴 에피쿠로스 학파를 알아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런데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고통'을 대하는 저자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고통이 있기에 행복이 있다는 저자의 생각과 고통의 부재 즉 쾌락을 이야기했던 에피쿠로스의 생각은 다른 듯 닮았다.


p.47. 고통과 사랑, 이 둘이야말로 인간 세상의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이 샘솟는 한 쌍의 원천이다.(중략)우리가 가진 모든 선함,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모든 것은 다 고통이다.

 

p.53. ! 이미 행복한데 어찌 사랑을 알까! 사랑은 오직 고통 안에서만 만개한다. 연인들의 고백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울부짖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에피쿠로스가 자신과 생각을 같이했던 이들과 '정원 공동체'를 이루었던 것에서 착안한 것 같다. 정원에서 생각을 나누던 이들의 모습을 아나톨 프랑스가 재현한 것이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깊이 있는 철학으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준다. 고대 철학부터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생각까지 깊고 넓은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가의 명상록을 만나는 듯하다.

짧은 생각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인간을 만든다면 '곤충'의 형태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깊은 의미를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저자가 철학가인지 소설가인지 경계가 흐릿해질 때쯤 저자는 자신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자신이 소설가라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듯이 재미난 상상을 들려준다.

 

 

 

 

 

그날 밤 알파벳의 기원에 관해 어느 유령과 나눈 이야기에서 저자는 제목처럼 어느 유령과 알파벳에 대해, 문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카드모스'라는 유령과의 만남을 신비한 이야기로 들려준다. 카드모스는 누구일까?엘리시온 평원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그 토론에는 헤겔에 데카르트까지 다양한 사상가들의 자신들의 의견을 더한다. 정말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깊은 철학적 사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재미난 소설을 원한다면, 감동적인 에세이를 원한다면 이 책은 패스하길 바란다. 알아가는 것의 기쁨을, 철학의 즐거움을, 또 깊은 생각의 힘을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어린 왕자의 고향 별인 소행성(B612 북스)에 연락해 보길 바란다. 무척이나 소중한 만남을 갖게 해 줄 것이다.


"B612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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