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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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도미히코. 언제 만나도 신비한 작가다. 판타지 세계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마술사 같은 작가가 드디어 마술사가 등장하는 이야기 <열대>로 돌아왔다.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야행을 통해서 접했던 환상적인 이야기는 세상을 창조하는 마술사가 등장하는 <열대>에 비하면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입구에 불과한 것 같다. 작가는 책 속의 책「열대」의 작가 사야마 소이치를 통해서 환상 세계의 중심으로 안내한다. 그곳에 다가갈수록 환상과 현실, 존재와 비존재의 혼돈으로 몰입도는 최고에 이르게 된다.

세상의 중심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있다.천일야화에 관심이 많은 작가. 그런데 결말쯤 가다 보면 주인공이 많아진다. 아니 존재했었는지도 의심하게 된다. 친구에게 모리민이라 불리는 작가가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침묵 독서회'에서 결말을 읽기 전에 사라진 책「열대」를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고는 이야기는 조금씩 환상 세계의 중심으로 스며든다.

p.339.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뭐든 있다는 뜻이지." 마왕은 쿡쿡 웃었다."마술은 거기서 시작된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소설「열대」의 결말을 찾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이 조금은 기이하지만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이 소설의 결말이 아니라 삶의 결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술의 세계를 부시던 '파도'는 우리들 삶에도 존재한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놓은 소용돌이가 거센 파도가 되어 존재 자체를 흔들 때도 있다. 어쩌면 작가는 환상속 '눈에 보이지 않는 군도'를 통해서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환상과 실존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야기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

p.466.일본군, 소련군, 국민당군, 팔로군…….파도가 잇따라 밀려왔다.


누구도 삶의 결말은 알지 못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삶의 결말을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삶의 의미를 열정적으로 찾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래서 소설「열대」의 결말을 찾아 나선 사야마는 '창조의 마술'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창조의 마술을 할 줄 아는 이가 어쩌면 사야마가 아닌 다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 무한 반복된다. 하지만 동일 내용의 반복이 아니니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어 이 사람 누구지'하게 되는 난감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p.453. 그리고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너와 만나겠지. 이 헛된 꿈은 영원히 되풀이 되는 시간의 감옥이야.

정말 환상적이다. 더 이상의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소설을 다 읽고 <열대>는 누가 쓴 거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세상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삶이고, 삶이 이야기이니 말이다. 어쩌면 <열대>를 읽는 모든 사람들이 사야마 소이치일지도 모른다.

 

"RH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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