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발생한 최악의 사고였고 이를 다룬 영화, 소설, 논픽션 보도 등도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환경문제에 직면하면서 원자력발전 자체의 존폐가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원자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그 필요를 충족시키는 책을 만났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참사의 생존자이자 역사학자 세르히 플로히가 쓴 <체르노빌 히스토리>가 그것이다.

이 책은 2018년 배일리 기포드 논픽션 작품상, 2019년 푸쉬킨하우스 러시아 도서상을 수상했다. 원전 사고이후 많은 방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를 다루고 있지만 역사학자 중에서 이 문제를 다룬 사람이 없어서 역사학자인 저자는 역사를 바탕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들여다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제목만 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딱딱한 다큐멘터리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담은 내용은 원자력에 대한 전반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원자력의 작동 원리부터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그 시작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이다.

물리학의 핵심 중 하나인 원자력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을까?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의 책이 흥미롭고 재미나듯이 역사학자가 쓴 이 책도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다. 어쩌면 역사학자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인지도 모르겠다. 원자력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어렵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아마도 원자력 이야기를 풀어가는 색다른 방식이 자연스럽게 흥미를 끌어내고 있는듯하다. 마치 원자력 발전소 책임자 브류하노프가 주인공인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원전 사고가 있었던 날 그 시각 그곳으로 우리를 조금씩 끌어들인다.

역사적인 원전 사고의 원인 분석은 물론 그날의 상황까지 상세하게 들려준다. 그래서 더 드라마틱 하다. 은폐된 진실로 인해 피폭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많은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실감 난다. 특히 아직도 고통속에 살고 있을 어린아이들의 피해는 정말 국가라는, 당국이라는 권력자들의 뇌구조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아직도 그런 뇌구조의 사람들이 일본 후쿠시마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원인, 과정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소련의 해체와 우크라이나의 독립 등의 역사와 연계해서 들려주는 멋진 책이다. 오늘 필요악이 되어버린 원자력 발전의 위험과 원전 사고의 교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1부 제목이 약쑥인 까닭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