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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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1 "너 사람 죽였지." 

2020년 첫 장편소설『콘크리트』를 출간한 하승민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을 만나보았다. 단편소설『우주를 가로질러』로 제11회 심산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은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이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나의 왼쪽과 너의 오른쪽에 있는 공간이나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공간이나 사람은 맞지만 그 공간과 사람은 나의 공간이고 바로 나 자신이다. 이중인격.

이야기는 아주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누군가 무덤을 파고 있다.(p.7) 무덤을 판 인물은 누구일까? 시작에 던진 이 질문은 끝에 가서야 밝혀진다. 제발 두 여인은 아니길 바라면서 가슴 조이며 숨 가쁜 전개를 따라갔다. 600 페이지가 넘는 두께를 확 줄여버리는 멋진 능력을 가진 하승민이라는 작가의 첫 작품은 당연히 장바구니에 담았다. 베스트셀러 작가, 재미난 이야기꾼의 등장을 함께 한 듯하다. 재미나고 재미나고 또 재미나다.

소설의 흐름은 1부 염지아에서 한 사람의 몸에 두 사람의 인격체가 존재하게 된 배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26살에 집을 나선 지아가 묵진이라는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리고 걸어서 서울 집에 도착하면서 19년 만이었다.(p.132)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1부는 끝을 맺는다.

지아의 기억에는 며칠 집을 비운 것 같은데 1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집에는 새엄마와 처음 보는 남동생이 있었다. 이렇게 2부 묵진의 벌은 시작된다. 19년이라는 세월을 또 다른 나 윤혜수로 살았기에 지아는 묵진에서 혜수가 저질러놓은 죄를 알아보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혜수의 삶 아니 자신의 삶에 접근해간다. 3부 두 사람에서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혜수의 음성이 들린다. 그리고 19년간의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혜수지아가 함께하게 된 시작은 1980년 광주로 이어진다. 시대적인 비극은 개인의 비극적인 삶의 만들고 말았다. 마을에 쳐들어온 군인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엄마의 죽음을 본 소녀의 삶은 자아를 분리하였고 혜수와 지아가 되었다. 묵진에서 묵진의 벌로 19년을 살았던 혜수가 갑자기 지아를 끄집어 낸 까닭은 무엇일까? 또 서울에서 그저 잊고 살면 될 것 같은데 지아는 무엇을 찾기 위해 묵진으로 향한 것일까? 잃어버린 지아의 19년은 지아의 모습으로 산 혜수의 삶이었다. 또 다른 자신이 살았던 19년지아는 감당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은 조촐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정말 풍성하다. 한 소녀가 두 여인이 되고 다시 한 여인이 되는 40년이 넘는 세월이 담겨 있기 때문인 듯도 하고,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까닭인 듯도 하다. 26살에 실종된 누이가 19년의 기억을 잊은 채로 45살에 나타났다며 누나인지 동생인지 헷갈린다는 36살의 남동생 병준은 끝까지 가벼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전직 형사 규식은 의도는 불손하지만 진실에 다가가는 지아에게 큰 도움을 준다. 갑자기 찾아온 미친 여인 진희 또한 이야기에 몰입도를 높이는 존재이다. 혜수와 가장 큰 갈등을 빚는 '빨간 수염'은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혜수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것 같다.

비극적인 죽음이 만들어낸 트라우마가 자아의 분리를 만들어냈고 그런 이중인격은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냈다. 한 몸에 존재하는 혜수와 지아의 비극은 누구의 비극일까? 기억하지 못할 때는 혜수만의 비극이었지만 기억하게 되면서 지아에게도 비극이 된 듯하다. 등장인물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든 사건들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지 꼭 만나보기 바란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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