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꾼들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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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적인 내용으로 난해한 단편보다는 장편소설을 즐겨 읽는데 오랜만에 단편집을 만나보았다. 작가 제프리 유제니디스<불평꾼들>이다. 작가는 1993년 첫 장편소설『처녀들, 자살하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2002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 『미들섹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2011년 세 번째 작품인 『결혼이라는 소설』로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한다. 단 세 작품으로 미국문 단의 주요 작가가 된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첫 번째 소설집에는 10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각의 작품이 모두 다른 색을 지니고 진한 향을 품고 있어서 읽는 재미와 함께 깊은 감동도 느낄수 있는 작품집이다.

 

특히 작품들이 30년 동안의 작가의 생각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변화무쌍한 뜰(1988년)로부터 「신탁의 음부」(1999년),「위대한 실험」(2008년) 그리고 「신속한 고소」(2017년),「불평꾼들」(2017년)까지 198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만나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우리들 삶의 모습은 그리 많이 변하진 않은 듯싶다. 그래서 소설집에 담긴 어떤 이야기를 읽어도 공감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치매, 가족, 결혼, 돈, 실패, 외도, 젠더, 범죄 등.

 

10편의 이야기들 중 '아,내가 단편을 읽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준「항공우편」(1996년)은 작가들에의해 '미국 최고의 단편'으로 꼽힌 작품이라고 한다. 역시 단편의 매력은 함축이다. 하지만 그 함축이 때론 단편을 멀리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이 소설집의 나머지 작품들은 편안하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이다. 결혼은 포기했지만 아이는 키우고 싶은 여성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베이스터」(1995년)의 첫 문장 '조리법은 우편으로 왔다.'(p.113)는 다음 문장을 만나면서 무척이나 흥미롭게 바뀐다. 그렇게 흥미로운 시작을 보여준 이야기는 끝까지 매력을 잃지 않는다.

 

중년이라서 그런지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중년 가장들의 이야기가 더욱 눈에 잘 띄는듯하다. 가족에게 따뜻한 집을 주기 위해 '횡령'이라는 범죄를 생각하는 가장도 등장하고「위대한 실험」(2008년), 가장의 꿈을 응원하는 안타까운 아내도 보인다「고음악」(2005년).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가족의 사랑과 믿음을 잃은 가슴 아픈 가장 이야기「나쁜 사람 찾기」(2013년)와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작은 모텔을 꾸미며 재기를 꿈꾸는 노부모의 모습「팜베이 리조트」(1997년)에서 자식에 대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만날 수 있었다.

람 사는 냄새를 맡고 싶다면 만나보기 바란다. 향기로운 사랑보다는 어렵고 지난한 사랑을 만나게 되겠지만 그런 사랑도 우리 삶의 일부임을 알게 해주는 지혜가 담긴 작품집이다.

"현대문학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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