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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p.106(2권)
삶은 골칫거리들이 줄줄이 엮인 시간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불행은 강장제
같아서, 존재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를 진화하게 만든다. 고통은
감각을 벼리고 감춰져 있던 우리의 능력을 드러내 준다.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 1,2권을 만나보았다. 접하지 않으면 모를까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조금 의아하고 뭐지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고양이 바스테트가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는 <고양이>이다. 전쟁과 테러, 거기에 패스트까지 덮친 인류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하는 고양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그런데 이야기의 전개도 결말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 이유를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인류 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반성이 돋보이는 작가의 성찰은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1부 <고양이>
그리고 2부
<문명>. 역시 또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작가
베르베르다. 그렇게 건방진 고양이 바스테트를 다시 만나보았다.
p.199(1권)투쟁의 법칙은 만물의 관계를 지배하는 법칙이다.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건 평화주의가 아니라 몰지각함이다.
고양이라는 종의 한계와 암컷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세상의 모든 종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것(p.22)이 목표라 말하는 고양이
바스테트. 이집트의 여왕과 이름이 같아서 <고양이>때부터 눈여겨본 녀석이다. 다른 종간의 소통을 꿈꾸며 인류의 문명을 이어 묘류의
문명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멋진 고양이다. 소통을 꿈꾸던 바스테트는 여왕을 꿈꾼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바스테트의 능력은 인류를
이끌어도 될만하다. 하지만 예술, 유머 그리고 사랑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 바스테트가 인간과 고양이를 넘어 다수 종의 여왕이
된다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종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한 인간의 짧은 생각이다.
p.98(2권)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고양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건방진 바스테트를 보완해 주는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함께 한다. '제3의
눈'을 통해 인간과 소통도 가능하고 컴퓨터를 통한 정보
공유도 가능한 철학자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문명>에서도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제3의 눈을 통해 인간의 지혜를 가진 동물들이 더
존재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참 여왕을 꿈꾸는 바스테트도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컴퓨터의 방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니 은근히
욕심나는 아이템이다. 제3의 눈.
제3의 눈을 가진 쥐들의 우두머리 티무르는 베르사유궁을 거점으로 지구 정복에 나선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 녀석은 정말 잔인한
폭군이다. 인간은 세력화한 쥐들에 쫓기면서도 서로 편을 갈라 싸운다. 결국은 또 다른 제3의 눈을 가진 돼지왕 아르튀르에게 '재판'까지 받게 된다. 인류가 만든
특별한 제도 중에 하나가 법이고 그 법에 의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재판이니 인류가 만들어낸 자신들의 문명에 의해 돼지에게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동물들에게 행했던 악행에 대한 재판이니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특히 증인석에 투우에서 창에 찔리던 황소가
등장한다면.
흥미로운 스토리와
재미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가장 큰 흐름은 무언가를 지키려는 이들과 그것을 뺏으려는 이들의 싸움이다. 인류 문명 중에서
지켜야 할 가치가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당신이 마지막 남은 인류라면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바스테트 일행이 지켜내려는 것은
무엇일까? 지킬 수는있을까?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p.343(2권) 나는 울지 못해 웃는다.
쥐들과 펼치는 흥미진진한 추격전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챕터를 따로 둘 정도로 베르베르가 의미를 둔『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정말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몰라도 살아가는 데 별지장 없는 재미난 지식들을 하나둘 정성스럽게 알려준다. 재미와 유익을, 사랑과 배려를, 예술과 감동을, 그리고 웃음과
유머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만나보길 바란다. 특히 내 반료묘가 좀 천재같다하는 집사들은 꼭 만나보길 바란다. 바스테트와 함께 배우는 길이
너무나 즐거울 것이다.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