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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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21. 악한 것은 두려워하는 것이 많은 만큼, 선에 깊이 뿌리내리는 법이오. 악은 신성한 기억이 없는 땅에서 둥지를 틀지 못한다오.

뮤지컬과 오페라에 바탕이 된 고전 문학들을 엄선해 소개하는 허밍버드 클래식 M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드라큘라>를 만나보았다. 다양한 모습으로 재창작되었던 드라큘라의 원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소중하다. 그런 소중한 작품의 첫 느낌은 부담스럽다였다. 8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쉴 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책의 두께를 반으로 줄이고 있다. 브램 스토커의 디테일한 묘사가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해서 시간의 흐름을 알아챌 겨를도 주지 않는다.

 

 

 

 

 

<드라큘라>의 첫 문장은 조너선 하커의 일기(속기로 작성함)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편지와 전보를 곁들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아마도 일기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자기감정에 충실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일기는 감성적인 표현과 함께 사실을 전달하려 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이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담는다.


p.45. 모든 것이 의문스럽다. 의심스럽고, 두렵다.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이야기에 지하철이 등장할 정도로 당시 상황은 감성보다는 이성이, 미신보다는 과학이 중시되던 때이다. 그러니 드라큘라(흡혈귀)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주인공들이 모두 변호사, 의사, 귀족 등 당대 지식인들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드라큘라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심리적인 혼란이 더욱 흥미로웠다. 거기에 사랑이 더해지면서 이야기의 재미는 배가 된다. 드라큘라 백작의 런던 부동산 구입 문제로 드라큘라 성을 찾은 조너선과 그와 연락이 끊겨 가슴 조이는 미나의 사랑도, 죽어가는 루시를 위해 자신의 피를 수혈해 준 아서의 사랑도, 드라큘라로부터 모두를 구하려 하는 반 헬싱 박사가 보여주는 사랑도 감동적이었다.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이 보여주는 스토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사랑을 만날 수 있고 조금 더 의미 있는 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 특히 두 여성 주인공이 보여주는 강한 모습은 인상적이다. 드라큘라와 맞서는 용감하고 지적인 미나도,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하는 루시도 당당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당당함이 드라큘라가 설자리를 사라지게 한듯하다. 무척이나 섬세한 표현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심리도, 배경이 된 장소도 마치 그림으로 보여주는듯했다. 신성록이 연기하는 고뇌에 찬 사랑스러운 드라큘라와는 다른 잔인하고 섬뜩한 드라큘라를 만나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허밍버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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