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버스

스토리텔링 버스 ㅣ 특서 청소년문학 20
고정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아이가『까칠한 재석이』시리즈를 좋아해서 알게 된 고정욱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았다. 이번 작품<스토리텔링 버스>도 시리즈로 이어질 것 같다. '재석'이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도 등장하고 재미난 스토리도 있다. 거기에 고정욱 작가의 사회의식과 색깔 있는 감각이 더해져 이야기는 명작이 되었다. 좋은 청소년 소설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사랑과 교훈을 주는 것일 것이다. 그중 명작은 아이들이 전달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신들도 모르게 물들어 갈 수 있는 이야기가 명작인 것 같다.

<스토리텔링 버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렇다. 머리는 깊은 생각에 닿게 하고, 가슴은 강하게 뛰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큰 흐름 안에 몇 개의 작은 흐름을 담고 있다. 큰 흐름은 고등학생 지강과 은지가 맡는다. 같은 동아리(합창부) 활동을 통해서 친해지고 썸을 타고 있는 사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친하게 된 계기가 안쓰럽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는 동질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며 친하게 된다.

둘은 각자가 느낀 실망감에 여행을 떠난다. 버스를 타고 서로의 아픔을 달래주는 둘만의 여행. 숙박시설 예약까지 하고 나름 준비하고 출발한 여행은 폭우로 길이 막히면서 꼬인다. 산사태로 버스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이야기 잔치가 벌어진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 사람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막막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으려 한듯하다. 이 이야기들이 작은 흐름을 이끌어간다.

중동의 건설 붐과 함께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 남자는 교통사고로 현지인을 죽이게 된다. 또,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한 남자는 ROTC를 통해서 장교로 입대하고 현지에서 아이를 낳는다. 두 이야기에 등장한 이들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정말 기가 막힌 사우디의 법률도 만나게 되고 서로를 책임지는 현명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거기에 또 다른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가 두 개 더해진다. 그렇게 모인 네 개의 흐름은 책임감에 닻을 내리는 듯하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실망하고 상처받았던 두 아이들은 이 흐름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받아들이게 될까? 고정욱 작가를 만나본 이들은 알고 있겠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희망'이 담긴다. 이 소설도 그렇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으로 살고 있는 까닭에 연신 공감하며 재미나게 읽었다. 지난 어린 시절의 경솔함과 무지함을 반성하게 된다. 무신경한 어른으로 살고 있는 오늘을 반성하게 된다. 책임감이란 무엇인지 또 왜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는 <스토리텔링 버스>를 아이들이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