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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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1. 이건 은행 강도, 아파트 오픈하우스,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브릿마리 여기있다』등을 시작으로 만나보았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불안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여전히 유쾌한 유머가 넘치는 문장을 다시 만나볼 수 있어 즐거웠다. 이야기는 은행강도가 달아나다 우연히 인질범이 되고 그를 잡기위한 수사를 시작한 경찰관 야크와 그의 동료이자 아버지인 짐의 질문으로 전개된다. 인질로 잡혀있던 이들로부터 당시의 상황과 인질범의 모습을 알아내려 노력한다. 그런데 인질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p.112. 그때 어떤 깨달음이 은행 강도를 강타했다.

여기서 인질은 저들이 아니야. 나지.

p.184. 바보들은 인질로 붙잡아놓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날카로운 질문에 두리뭉실 답하고 그답에 휘말려 조서 작성은 산으로 간다. 역시 배크만의 유머는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가 아니라 은근슬쩍 미소짓게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야크: 네, 그렇겠죠. 제 말은,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겁니다.

런던: 그야 우리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셨기 때문이죠.

요즘 뭐, 약 하는 거 있어요? p.64.

현금이 없는 은행을 털려했던 은행강도는 아파트 거래를 위해 오픈하우스를 진행중이던 집에 우연히 들어가고 또 그렇게 우연히 인질범이 되었다. 그리고 한 발의 총성과 함께 거실 바닥에 많은 양의 피만 남기고 깜쪽 같이 살아졌다. 경찰들이 포위하고 있던 아파트에서 어떻게 사라진 걸까? 진실은 무엇일까?

p.478. 진실은 무엇일까? 이 모든 사건의 진실. 진실은 이것이 여러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경찰이 아파트를 포위하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을 때 아파트 안에서는 정말 기상천외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은행강도의 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놓고 인질들끼리 언쟁을 벌이고, 토끼탈을 쓴 남자가 속옷 차림으로 화장실에서 나타나는 등 웃기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바보'들을 인질로 잡은 인질범이 불쌍하게 느껴질때쯤 이 곳에 모인이들의 불안한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둘 들려주는 그들이 삶이 안쓰럽다. 그런데 이들의 불안은 조금씩 어딘가에 닿아 있다. 10년 전 한 남자가 자살한 다리 위에.

p.230. 이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모두 저마다 콤플렉스와 번민과 불안이 있었다.

오픈하우스에서 만난 인질범 덕분에 아니 인질이라는 극한의 시간을 지내면서 자신들의 불안을 하나 둘 털어내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간다. 그런데 인질범은 어디로 갔을까? 인질들의 어이없는 답변들 속에서도 범인의 윤곽을 그려낸 경찰관 야크의 불안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과거로부터 받은 상처로인해 '불안'속에 움추린 삶이 익숙하다. 하지만 바보같은 범인을 만나 현명한 바보가 되어 과거를 버리고 미래로 향한다. 미래를 그릴수 있다면 과거의 바보 같은 일들은 잊으라 자신감을 주는 책이다.

p.156. 불안에서 놓여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마음에는 눈물이 가득차는, 유쾌한 슬픔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게 되는, 슬픈데 웃기고, 웃긴데 슬픈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지금까지 만나본 프레드릭 배크만의 여러 작품들을 뛰어넘는 재미와 깊이를 보여준 수작秀作이다.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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