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의 유산
장웨이 지음, 조성환 옮김 / 파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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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4. 도연명이 우리를 깊이 자극하는 것은 문장에서 드러난 정신적 결벽이다.


'도연명은 자연에 은둔했던 중국의 유명한 시인이다'라는 정도가 알고 있는 전부다. 그래서 도연명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도연명의 유산>은 중국의 유명한 작가 장웨이가 강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작가이지만 장웨이는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작가라고 한다. 강연 내용을 책으로 옮겨서인지 총 7강의 큰 틀 속에 짧은 글들이 많이 담겨있다. 1강 위진의 정글에서 들려주는 정글 같은 험난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시인의 배경을 시작으로 7강 가장 가깝고 가장 먼 곳까지 조금씩 시인의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p.27. 인류의 '문명의 법칙'은 '정글의 법칙'을 제한할 수 있는데, 고금중외(古今中外) 모든 사회의 변천사와 발전사는 두'법칙'의 투쟁사에 불과하다.


위진의 정글에서부터 국화는 교조적이지 않다까지 총 127개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 토인비와 흄을 시작으로 도연명의 생각을 뒷바침해 줄 많은 유명 인사들을 만나보는 재미도 솔솔한데 고갱, 데이비드 소로, 스티븐 호킹 등 32명에 이른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좋아했던 독일 시인 횔덜린이라는 시인을 도연명과 많은 방면에서 일치한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이들과 도연명은 어떤 접점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의 깊이 있는 혜안을 통해서 알아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p.323. 도연명은 소로,고갱의 출발점과 다르고 정신및 개인 생활의 최후 결말도 다르며 결과도 다르다.


두꺼운 벽돌 책이지만 천천히 소제목을 보고 선택해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많은 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소제목으로 담긴 내용을 보여주고 있어서 골라서 읽으면 도연명과의 만남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흥미 있었던 부분은 잠들지 않은 존엄, 순수 이성, 이중의 소박 그리고 국화는 교조적이지 않다 등이다. 물론 역자가 추천한 정글의 법칙과 버티기도 재미나게 만날 수 있었다. 중국 작가의 글이다 보니 조금 난해한 표현도 보였지만 읽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도연명의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책이다.


p.7. 나는 고대의 뛰어난 시인이 우리에게서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고 가까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화도시(和陶詩)는 도연명의 시를 차운(次韻)하여 지은 추화시라고 한다. 추화시(追和詩)는 옛사람을 추모하여, 그 사람이 지은 시의 운자를 따서 지은 시라고 한다.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는 백편이 넘는 화도시를 지었다고 한다. 도연명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저자만의 독특한 해법으로 도연명을 그려 보여주고 있어 의미 있는 만남을 갖게 해주고 있다. 소식, 소동파 등의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시인 도연명의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더 풍요로웠던 삶이 던지는 큰 울림이 좋았다.

"파람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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