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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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오랜만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제목의 소설을 만나보았다. 도대체 어떤 죄를 지으면 가족에게까지 복수의 칼날을 겨누게 되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1991년 코리아타운 인근 상점에서 발생했던 실제 사건(두순자 사건)을 배경으로 한인 사회와 흑인 사회의 반목과 괴리를 담고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같은 위치에 처한 소수 인종들 간의 문제를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는 수작이다.

소설의 시작은 흑인 청소년들의 극장 나들이가 인종차별이라는 벽에 부딪쳐 폭동으로 이어지는 1991년의 3월의 흑인 소년 숀 매슈스의 등장으로 부터이다. 그는 이 소설을 끌어가는 두 명의 화자 중 한 명이다. 그러고는 시대적 배경은 이야기를 끌고가는 두 화자 중 한 명인 그레이스 박의 2019년 여름으로 옮겨진다. 두 시대에 걸쳐 두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흑인 소년 숀은 1991년 열여섯 살의 누나 에이바를 잃는다.

 

강도로 오인한 점포 주인 '한정자'의 총격으로 누나를 잃은 흑인 소년은 분노를 표출하며 교도소에도 다녀오지만 2019년 현재의 숀은 가정을 이루고 누나 에이바의 죽음에서 멀어져 열심히 살고 있다. 숀과 그의 가족들 모습을 통해서 폭력 피해자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에이바의 죽음을 잊지 않게 다며 인종차별 시위에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주는 숀의 이모도, 누나를 가슴에 묻고 분노를 다스리며 살아가는 숀도 '혐오'가 만들어낸 폭력의 피해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레이스 박은 평소 인종차별 문제에 그렇게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언니인 미리엄과는 다르게. 하지만 2019년 봄의 총격 현장에 있던 숀의 상황을 2019년 여름 자신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약국 앞 주차장에서 그레이스 박도 겪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 이본이 눈앞에서 총격을 당하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한정자'라는 이름을 알게 된 그레이스 박.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민 온 미국에서 열심히 살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흐려지며 어린 소녀에게 총격을 가한 가해자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현실을 그레이스 박은 어떻게 견뎌낼까? 아니 견뎌낼 수 있을까? 이야기는 두 시대에 걸친 두 인종의 가족들이 얽힌 사회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어렴풋하게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사건들이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순간 두 화자가 보여주는 심리적인 모습은 흥미로웠다.

 

다분히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에서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었다. 그저 힘들고 지친 가족의 모습만이 존재했다. 피해자의 가족도 가해자의 가족도 사회로부터 집중되는 관심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이용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가증스러웠다. 편을 나누기 위해 혐오를 과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오가 만들어내는 분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조금씩 보여주며 마지막 장면에 그레이스 박은 누군가의 손을 꼭 잡는다. 시위대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고 그 둘을 숀이 지킨다. 그레이스 박이 잡은 두 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용서와 화해를 위한 몸짓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희망을 품고 끝을 맺는다.

"황금가지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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