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는 겁니다 계속 사는 겁니다 - 팬데믹 시대를 사는 작가들
고재종 외 지음 / 솔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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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6. 그렇지만 지금은 관계를차단해야만 관계 유지가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차단된 관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소득은 '타인으로부터의 자유'였다.

「2020-1학기 코로나 다이어리」해이수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마스크를 향해 다시 현관으로 들어가는 날이 많다. 아마도 코로나19와는 친해지지도 익숙해지지도 말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문가들은 어쩌면 감기처럼 늘 함께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제발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마스크에서 자유롭고 싶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이들의 생각은 아마도 비슷할 듯하다. 하지만 문학예술의 최첨병에 있는 작가들의 '코로나19살이'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아니 실제 겪고 있는 상황은 다르지 않더라도 그들만의 글로 표현해낸 코로나19살이는 많이 다를 것 같다.

<계속 쓰는 겁니다 계속 사는 겁니다>를 통해서 작가들이 그들만의 표현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는 코로나19속 삶을 만나본다. 제목도 특이하지만 책의 구성 또한 특이하다. 17인의 작가들이 쓴 17편의 글을 모아 놓은 단편집이다. 그런데 모아놓은 글에 일관적인 형식은 없다. 에세이도 보이고, 소설도 보인다. 거기에 마지막 글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 있는 평론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가들의 에세이 모음집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재미나고 흥미로운 다양한 형식의 글들을 만날 수 있는 모음집이다.


p.165.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요즘, 이제 모든 말들은 희석되고 옅어지고 흐려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어간다.…(중략)…희미해지고 모호해진 말 속에서 나는 좀 더 자유로워진다. 내 정체는 들키지 않는다. 당신의 정체를 알 필요가 없다. 「섬에서 쓰는 시」최금진


작품집에 참가한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그리고 신문기자들은 각자 자신이 접한 코로나19 상황을 자신만의 색깔 있는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도심에 살고 있는 이도 있고, 시골에 사는 이도 있고 제주도에 사는 이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글을 쓴다는 것과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쓴다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었던 삶에서 일상의 삶마저 빼앗기고 단절과 고립을 맛보고 있는 작가들의 삶은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특별하다.


코로나19라는 같은 상황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는 작가들의 능력이 특별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다르게 표현하는 17인의 특색 있는 표현으로 열일곱 개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특별하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를 통해서 유쾌함을 주었던 문은강 작가(바라는 건 오직 사랑뿐)의 글을 다시 볼 수 있어서 특별했고, 『그 개와 같은 말』을 통해서 다양함을 맛보게 해주었던 임현 작가(언택트 시대의 간접 체험)를 다시 접할 수 있어서 특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건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만들어놓은 고립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특별한 무기를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이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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