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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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7. 인간이란 누구나, 여차한 순간에는 배우도 아닌데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법이에요. 

소설의 제목처럼 정말 '기묘한'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이야기만큼이나 저자도 특이해서 글을 쓴 이는 야도노 카호루라는 복면 작가라고 한다. 이름이 진짜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기묘한 러브레터>를 읽으면서도 '진짜'를 연발하게 되었다. 두 남녀가 주고받는 '메시지(メッセージ)'로 소설을 전개시킨다는 점도 특이했다. 23번째 메시지를 읽고 접혀있는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전혀 그려내지 못할, 상상하지도 못 할 '반전'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표지에 담겨있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突然のメッセージに驚いたこと思います。첫 문장 '갑작스러운 메세지에 놀라셨을 줄 압니다.'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그리 친하지는 않은 사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메시지를 따라 미즈타니 가즈마와 유키 미호코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은 결혼식 날 헤어진 사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결혼식 당일에 미호코가 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28년 전에. 아 미즈타니 이 녀석 '스토커'인가?

  

보통 소설을 두 번 반복해서 읽지는 않는데 이 소설은 두 번 읽었다. 혹시 놓친 복선이 있었나? 하고. 솔직히 능력이 안되서인지 딱히 복선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수많은 반전을 담아내고 있다. 가장 큰 반전은 미호코가 결혼식 당일 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미즈타니를 떠난 것이다. 대학 신입생부터 약혼자가 있는 미즈타니를 존경하고 결국 사랑하게 되었던 미호코는 왜 마즈타니를 떠났을까? 아니 왜 모든 걸 다 알면서 28년이나 지난 후 그에게서 온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을까?

이 소설은 곳곳에 반전이 등장하지만 그리 극적이지는 못하다. 아마도 복선이 없이 직접 전달해 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즈타니의 약혼녀 유코가 사실은 미즈타니를 길러준 고모부가 재혼한 부인의 딸이라는 것은 이 소설이 가진 많은 반전 중에 사소한 하나다. 그 후 미즈타니의 동생 유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반전은 기가 막히다. 미즈타니를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던, 성실하기만 하던 미야와키의 반전도, 미호코를 변호하며 도와주던 미호코의 고등학교 친구 다카오의 반전도 확실히 기가 막힌다. 물론 두 남녀 주인공 미즈타니와 미호코의 반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웬만한 인물들은 모두 반전을 보여준다. 고모부까지도.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짙은 복선 속에 범인을 찾거나 진실을 찾는 추리 스릴러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은 존재하지만 '왜'라는 물음이 자꾸만 떠오르는 소설이다. 여러분들은 꼭 소설 속에 감춰진 복선 찾기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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