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280. 이제 나는 중병을 앓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알고,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안다. 그러기에 내 마음엔 감사와 존경심과 경외감이 가득했다.


살면서 만나지 말아야 할 녀석들 중에 하나가 '암'일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되면 치료할 수 있는 암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만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 우리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불가피하게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암이라는 건강의 적신호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당당하게 맞서 싸워 이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런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일상을 찾아가는 정말 긍정적인 저자가 있어서 만나보았다.


p.164. 한 가지는 분명히 배웠다. 나는 머리카락"만"인 것도 아니고 젖무덤"만"인 것도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는 서른둘이라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라는 복병과 싸워이겨낸 저자 니콜 슈타우딩거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책표지만 보고는 이 책이 암과의 어두운 싸움을 다룬 책인 줄 모를 것 같다. 표지가 무척 밝고 화려하다. 하지만 표지의 부제가 이 책의 정체를 가르쳐준다.'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유방암이라는 무거운 단어에 한번 놀라고 서른둘이라는 단어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정말 큰 시련을 격은 저자의 아픔을, 슬픔을 가늠하지 못할 것 같다.


p.327.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되었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카를 자식에게서 배운 것이다​. 산이 나타나면 산을 오르면 된다.


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밝고 유쾌하게 끌어가는 저자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동정보다는 감동을 받게 되었다. 저자는 유방암이라는 녀석을 '카를'이라 부르며 극복하리라는 의지를 다진다. 저자는 유방암의 발병 순간부터 조금씩 치유해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가족의 힘으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버티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라는 저자를 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고 친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p.225. 자주 물었다. 나는 아픈 이에게 적절한 말을 했던가? 내 친구가 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반응했던가? 나의 말이 항상 유익했을까? 잘 모르겠다.


저자는 암 환자들에게 꼭 안아주며"힘내요. 할 수 있어요!"라는 위로를 전해주고 싶은 심정을 이 책에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많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많은 '무심한'이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혹시 나도?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래''유방암으로 죽지는 않을걸' 물론 위로한다고 건네는 말이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는 말과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건강도, 일상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버텨야 하는 많은 환자들에게는 위로와 자신감을, 일상의 소중함을 지나치는 이들에게는 '오늘'의 소중함을 전해주는 감동 에세이였다. 눈물이 많은 분들은 꼭 집에서 읽기를 권하고 싶다. 유쾌한 흐름이지만 곳곳에 눈물이라는 지뢰가 기다리고 있으니.

"갈매나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