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박혜진.심우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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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0.구멍가게가 마을공동체에 이야기판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는 구멍가게의 가장 중요한 위상 중 하나다.

제목만으로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나보았다. 누구에게나 어릴적 추억 속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구멍가게'를 소제로한 이야기이다. <구멍가게이야기>는 예상대로 따스했다. 또 한편으로는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밀려나 질곡진 삶을 살아야했던 어머님들의 아픈 이야기를 담고있어서 슬프고 아렸다. 가난때문에 생계를위해 어쩔 수 없이 차린 구멍가게를 떠나지못한 여성들의 기구한 삶이 그려질때마다 가슴 먹먹해지는 건 그때를 살아야했던 어머니들의,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것이다.

 

 

 

 

 

p.381.다시 태어나믄 절대로 안 하지. 아이고 안 해 안 해, 진짜로 나는. 인연인데 나는 진짜로 이런 인연 같으믄 진짜로 안 해. 싫어.

이야기는 전라남도 지역에 위치한 구멍가게를 찾아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멍가게 자리를 슈퍼마켓, 대형 마트 그리고 편의점이 대신하게 되는 근현대사를 담아내고 있다. 역동적인 변화의 중심에서 바라보던 근현대사를 바닥에서, 끝자락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새로웠다. 가슴 따뜻해지는 에세이를 기대하게하는 제목과는 달리 우리 민초들 그중에서도 자식을 지키기위해, 가정을 지키기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어머님들의 슬픔과 아픔의 역사를 들려주는 책이다.

p.162.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한 질리도록 매일 보는 얼굴이 전부인 시골마을에서 구멍가게는 카페와 술집, 식당의 역할을 겸비한 멀티플레이스다.


구멍가게를 지리적인 관점에서 들려준 1부 구멍가게는 어디에 있을까에서는 가게의 위치에 따른 역할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한다. 동네 안 구멍가게, 정류장 가게 그리고 문방구 가게. 위치가 어디에 있던 가게를 지키고 있던 어머니들의 삶은 비슷하다. 질곡진 삶도 비슷하고 손님을 대하는 배려도 비슷하다. 우편이나 택배 등의 소소한 일들을 해주며 왜 수고비를 받지않느냐는 물음에 "안 받아. 받아서 뭣혀.(p.52)"라 답한다.

2부 구멍가게가 걸어온 길에서는 구판장이 구멍가게로 변화하는 모습을 들려주며 구멍가게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 마트와 편의점의 등장도 다루고 있어 역사의 한켠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구멍가게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3부 구멍가게 들여다보기4부 구멍가게,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는 구멍가게가 농촌 사회에서 가지는 인문학적 위치를 들려준다. 마을공동체의 소통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교육공동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던 구멍가게의 진짜 모습을 생생한 육성을 통해 만나게 해주고 있다.


p.126. 학교와 지역공동체, 또는 학생과 교사, 지역주민을 연결하면서 교육공동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저자들이 인터뷰하고 조사한 시점(2011년 ~ 2014년)과 책으로 나온 시점(2021년)에 차이가 있어서 책속에서 자신의 삶을 들려주신 분들중에는 이미 생을 달리하신 분들도 계시고 안타깝게 문을 닫은 가게도 다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더 빨리 책으로 소개하지 못한 점을, 끝까지 마다했던 밥 한끼를 후회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지역공동체라는 개념이 너무나 약해진 오늘 구멍가게라는 추억을 통해서 지역공동체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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