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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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7. 내 남은 평생 언니는 죽고 또 죽을 것이다. 슬픔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일부가 될 것이다. 걸음걸음마다, 들숨 날숨마다.

 

 

 

우리들 삶 속에 강렬한 기억으로 새겨지는 것들이 있다. 타인에 의한 것들은 트라우마가 되고 자신에 의한 것들은 추억이 된다. 하지만 강렬한 무언가가 동시에 발생해 충돌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게 될까?

 

 

 

p.200. 오늘 아침 처음을, 잠에서 깨자마자 떠오른 사람이 언니가 아니라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죄책감은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선명해질수록 점점 힘을 잃어갔다.

 

 

 

잰디 넬슨의 장편소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에는 '애도''첫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이 충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담고 있다. 방랑벽이 있는 엄마는 한 살 때 떠나고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언니와 함께 살던 열일곱 살 레니에게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너무나 큰 슬픔이고 아픔이었다. 언니의 데이트도 함께 갈 만큼 레니에게 언니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모든 것을 함께하는 자매는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을 믿고 엄마의 부재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영영 돌아오지 못할 언니의 부재는 남은 가족들 모두를 상실의 어둠에 갇아놓는다. 특히 제니는 언니와 함께하던 방에서 언니 옷을 입고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슬퍼하기에도 벅찬 감정에 첫사랑이 더해지면서 레니는 혼란스러워한다. 어둠의 그림자 속에 숨은 레니에게 두 남자가 다가선다. 한 명은 언니의 애인 토비이고 한 명은 프랑스에서 전학 온 '초대박' 조이다. 토비는 레니의 아픔과 슬픔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고, 악기도 잘 다룬다. 그리고 너무나 잘생긴 조는 레니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다. 누구와 키스를 먼저 하게 될까? 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에 빠져살던 레니가 키스를?

 

 

 

p.361. 우리의 머리, 우리의 심장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발생해 뒤죽박죽 부딪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난장판이다.

이야기는 틀림없이 슬픈데 미소 짓게 된다. 아니 웃게 만든다. 언니를 애도하며 첫사랑도 해야 하는 레니처럼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죽음은 첫사랑에 묻어야 하는 것일까? 애도의 눈물은 첫사랑의 환희로 바뀌게 될까? 언니가 죽기 얼마 전부터 엄마 찾기에 몰두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니는 토비를 찾는다. 그리고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p.177."그건 착각이야, 레니.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네 발치에서 시작하지."

 

 

 

누군가와의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의 설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은 언제 어떻게 접하더라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낸 열일곱 소녀의 당찬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만나보아도 좋다. 하지만 슬픔과 기쁨, 눈물과 웃음을 오가는 급격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는데 금방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레니의 메모가 담긴 노트, 종이컵 등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지나쳐 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사진에 닿게 된다. 마지막 사진에는 어떤 글이 적혀있을까? 사진 속 구겨진 종이에 담김 깊이 있는 글을 만나는 즐거움은 감동과 함께한다.이 소설은 감동과 재미가 50 대 50인 것 같다. 웃으면서 읽었는데 마음은 무거운, 또 눈물 흘리며 접했는데 기분이 유쾌한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벌써부터 작가의 두 번째 작품『태양을 너에게 줄께』가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묘한 매력. 위트 있는 문장으로 눈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매력을 다시 한번 접해보고 싶다.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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