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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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서 청소년문학 열아홉 번째 이야기 <시구문>을 만나보았다. 작가 지혜진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시구문은 조선의 사소문 중 하나로 정식 명칭은 광희문이다. 서소문과 함께 시신을 내보내던 문이다. 죽은 이들을 내보내던 시구문을 배경으로 한 이유를 작가는 '창작 노트'를 통해서 밝히고 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슬픔과 두려움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죽음을 통해서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보여주고 있다. 시구문은 삶과 죽음의 경계처럼 그려지는데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시작으로 표현된듯하다.


별이 유난히 반짝이면 다음 날 바람이 많이 불어. 그러니 좋아 하지마.


이야기는 시구문 주위를 배회하는 한 소녀로부터 시작된다. 무당인 어머니를 원망하며 세상에 숨어사는듯한 소녀 기련이다. 이야기는 기련을 따라 편안하게 흐른다. 그 흐름 속에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병든 아버지를 홀로 모시며 여동생 백희를 돌보는 답답하리만큼 착한 소년 가장 백주다. 그런데 백주는 동생 백희에게 냉정하기만 하다. 그러니 동생 백희는 친오빠 백주보다 기련을 좋아한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물에 빠진 기련을 구해준 향이와 양반집 아씨 소애다. 이쯤 되니 양반집 아씨와 무당 딸의 신분을 넘는 우정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될 것이다.


p.167. "나는 너를 지킬 거야. 그러니 너는 온전히 너로서 살아야 해. 알겠니?"

예상대로 둘의 우정은 등장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우정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먼저 등장한다. 슬픔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먹먹함이 이야기를 한없이 무겁게 만든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누군가의 삶을 지켜주려 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 사랑의 크기와 깊이가 아이들을 더욱 성장하게 만들고 있는듯하다. 두 소녀의 우정은 예상했었지만 소애 아씨 집안의 몰락은 예상하지 못했다. 참수형 당한 아버지의 유품을 기련에게 가져다주겠다며 백주와 기련은 엄청난 모험을 한다. 하지만 백주와 기련의 모험은 기련과 소애가 할 모험에 비하면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신분 사회라는 것의 병폐에 치를 떨었고 아직도 요원하기만 평등사회가 안타깝기만 했다. 북유럽의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평등 사회에서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또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을 접한 아이들이 어려운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문을 힘차게 열고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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