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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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1. 룟 유다는 기독교를 창시한 사람이다.

p.​227. 가룟 유다는 십자가의 환상을 창조하고, 기획하고, 감독하고 제작한 자였다.

p.229. 그렇게 첫 번째 기독교인이 죽었다. 마지막 기독교인이. 유일한 기독교인이.


박경리문학상을 비롯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었다는 히브리 문학의 아버지, 아모스 오즈의 마지막 소설 <유다>를 만나보았다. 이야기의 첫 문단에서 작가는 이 이야기에 담긴 주요 내용을 요약해 주는 친절을 보인다. ' 이 이야기에는 실수욕망, 실패한 사랑과 답 없이 여기 남겨진 어떤 종교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p.11)' 딱 여기까지 친절하다. 그 뒤로는 역자의 친절(주석)에 기대어 이야기를 접해야 한다. 주석을 찾아 읽어야 한다는 번거로움보다 이야기의 재미와 흥미로움이 더 큰 작품이었다. 자칫 무거운 어둠에 빠져들지도 모를 이야기를 슈무엘의 사랑으로 가볍게,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아마도 성경을 접해보지 못한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주인공 슈무엘에게 일자리를 준 어느 노학자의 철학적, 종교적 깊이가 가늠조차 안될 정도로 깊어 보이는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대화의 대부분을 히브리 성경의 구절을 인용해서 말하는 게르숌은 몸이 상당히 불편한 노인이다. 그런 노인과 대화를 해주면 숙식을 제공하고 조금의 월급도 주겠다는 광고지를 보고 찾은 주소지에는 게르숌 외에 40대로 보이는 야르데나 부인이 있었다. 기구한 운명을 가진 야르데나는 어떤 여인일까? 노인과 관계는 무엇일까?


그렇게 세 명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되고 비밀 서약까지 한 동거는 두 가지 흐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젊은 지성 슈무엘과 게르슘의 토론회는 '유다'라는 주제를 다루기 시작해서 이스라엘의 성립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무척 어려운 성경의 문구들을 인용해서. 또 다른 한 흐름은 25세의 젊은 청년 슈무엘과 40대 과부 야르데나의 사랑 또는 욕망이다. 그런데 두 개의 흐름과는 다른 정신적인 흐름이 있다. 노학자와 젊은 학자가 끝까지 토론에 토론을 계속했던 주제는 '배신'이다. 2000년 전 유다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을 반대했던 아브라바넬. 유다는 예수를 배신한 것일까? 아브라바넬은 왜 이스라엘의 건국을 반대했을까? 그렇다고 아브라바넬이 한 행동은과 주장은 배신일까?


정말 천천히 천천히 읽는 속도를 낼 수 없었던 작품이다. 주석을 찾으며 읽느라 늦어졌고, 인용구의 뜻을 생각하느라 더 늦어졌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자꾸 뒤돌아보느라 조금 더 늦게 책장을 덮어야 했다.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고대의 '유다'라는 인물을 시작으로 현재의 슈무엘까지 시간을 초월한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성경을 알고 접한다면 훨씬 더 유의미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문학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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