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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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룬 책들을 재미나게 접할 수 있는 까닭은 역사가 글로 쓴 옛날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따라 그 재미나 흥미의 강도는 크게 변한다. 다양한 역사 저술을 하고 있는 정기문 교수가 들려주는 서양의 아주 오래전 옛이야기를 만나본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 고대사>는 30여 년간 서양 고대사를 연구한 저자가 서양 고대사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에게 적합한 '입문서'를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역사의 주요 지점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날카로운 눈길이 방대한 이야기를 축약해서 중요 부분만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투 머치 토커가 주는 피로함은 찾아볼 수 없다. 간결하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역사 소설을 읽고 있는 듯이 글을 읽다가 장면을 그려보게 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생생한 묘사가 눈앞에 로마가 있는 듯했다. 많은 사진을 담고 있는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은 사진을 많이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많은 유물, 유적을 본 듯하고 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본 듯하다.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온듯하다. 뛰어난 이야기꾼 정기문 교수의 강의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책에서 보여주지 않은 매력을 보여줄 것 같다.


p.183. 역사가는 수많은 사실을 무의미하게 나열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중요한 사실들을 추려내고 다시 꿰어 보배로 만드는 것이 역사가의 일이다.

책의 구성은 서양 고대 역사 속에 중심이었던 문명과 국가를 시대순으로 소개하고 중요 이슈를 따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부 메소포타미아·이집트문명을 시작으로 2부 고대 그리스로 이어져 3부 고대 로마로 마무리 진다. 총 18장에 담긴 서양의 고대 역사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나다. 거기에 기존의 역사 책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들도 볼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p.349. 네로, 트라야누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등. 흔히 이 사람들을 로마의 황제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그들은 결코 황제의 반열에 오른 적이 없다. 제1시민이었을 뿐이다.

아테네 민주주의가 완성되어가는 흥미로운 과정을 만날 수 있고, 고대 로마가 인류에 남긴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인 로마법과 적을 동지로 만들었던 로마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또 로마의 명문장가 키케로가 질투할 정도로 글을 잘 썼다는 장군 카이사르의 또 다른 면도 알 수 있었고, 클레오파트라를 이집트의 영광을 되살리려 했던 정치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집트의 미라를 중세에는 만병통치약으로, 철도 개통 후에는 장작 대신 사용했었다는 기막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재미나고 믿을 수 없었던 이야기는 피로스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었다. '피로스의 승리'를 통해서 가끔 접하게 되는 피로스는 '기원전 272년 아르고스를 공격하다가 어떤 여인이 2층 창문에서 던진 옹기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p.283)'고 한다. 그의 승리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다. 승리한 자들이 적어놓은 지극히 편파적인 서양 고대사를 다시 접하고 싶다면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새로운 서양 고대사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양 고대사를 다룬 역사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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