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의 인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의 발전으로 삶의 방식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우리들의 생각은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현재의 우리가 수백 년 전의 고전을 삶의 지표로 살고 있듯이 미래의 우리도 그럴 것이다.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여덟 편의 단편 작품을 만나보았다. 정식 출간 전의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는데 여덟 편의 베스트셀러의 외전을 모은 <두 번째 엔딩>이다.

외전(外傳) [명사]

1. 본전(本傳)에 빠진 부분을 따로 적은 전기

2. 정사(正史) 이외의 전기

스핀 오프(spin-off)

기존의 영화, 드라마, 게임 따위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또는 그런 작품.

 

외전이 되었든 스핀 오프가 되었든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이야기이다. 바탕이 된 작품을 읽지 않고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물론 전작을 읽고 만나는 것과 처음 만나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느낌이 또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 낼 것이다.

 

<두 번째 엔딩>에 담긴 작품들의 공통점은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두 번째 엔딩도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기에, 넘어지고 또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아이들이기에 다음이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도 지쳤다는 핑계로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는다면 두 번째 엔딩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셀러였던 작품들의 모음인지라 영화로 만나 본 작품(우아한 거짓말)도 있고, 연극으로 만나 본 작품(아몬드)도 있다. 원작이 주는 감동을 따라올 수는 없었지만 그 나름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짧은 작품들도 원작들이 주었던 감동과는 다른 또 다른 울림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원작을 꼭 만나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덟 편의 단편 작품만이 주는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차별과 모순 속에서 순수라는 연약한 무기로 오늘을 버티고 있을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다. '왕따'라는 사회 문제로 동생을 잃은 언니(언니의 무게)의 아픔도 등장하고 어두운 미래를 사는 소년(초보 조사관 분투기)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탈북을 앞에 둔 소녀(보통의 꿈)의 꿈도, 대학을 시원하게 버려버린 당찬 아이들(나는 농부 김광수다)의 꿈도, 그리고 어른들의 잘못된 폭력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소녀(서브)도 만날 수 있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차별에 자신 있게 부딪치는 소년(모니터)도, 익인이라는 차별을 안고 살아야 하는 또 다른 인류(초원조의 아이에게)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그 많은 생각들을 담아낸 작가들의 필력이 놀라울 뿐이다.

 

'아몬드'라는 단어가 가진 또 다른 의미를 알게 해준 작품「아몬드」의 또 다른 이야기 <상자 속의 남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자신은 오랜 시간 병원에 누워있는 형을 보며 무관심이라는 상자 안에 스스로 갇힌 남자가 아몬드의 주인공 소년에게 질문을 받는다. 그러고는 자신의 형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답이 없는 질문을. 남을 위한 선행이 나의 불행이 된다면 누군가를 위한 선행이 가능할까?

p.161.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