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버린 것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2
서유미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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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 작품을 만나보았다. 월간「현대문학」에 선보인 작품들을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프로젝트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어제를 떠오르게 하고 오늘을 생각하게 한다. 서유미 작가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핀 시리즈의 32번째 작품이다.

이야기는 무척이나 단조롭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아이가 오기 전까지 카페 제이니에서 이력서를 다듬고 이력서를 발송하고 또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경주의 무미건조한 삶을 그려내고 있으니 이야기가 단조로운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경주의 삶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우리들 어머니 또 누이들이 살아온 아니 견뎌낸 삶이 보인다. 단조로운, 지루하기까지 한 삶을 버티고 살게 한 힘은 무엇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참아낸 모든 어머니들과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삶을 지키고 있는 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p.16. 몰입해야 할 대상이 바뀐 사람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인공 경주는 결혼과 함께 아이를 출산했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그러고는 지친 삶을 버텨나간다. 그렇게 지우가 크고 지우 엄마도 성장한다. 하지만 과거의 경주는 조금씩 퇴보하게 된다. 이제 '경단녀'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새로운 직장을 구해보지만 전혀 진척이 없다. 지우 엄마로 살기로 선택한 삶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한다.

 

p.82. 과거의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과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했다.

 

과거 경주와 친하게 지내던 이들은 지우 엄마와는 더 이상 교감하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공유할 수 있는 삶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변해가는 주변의 것들에 아파하던 경주에게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생긴다. 아니 과거에 활기찬 경주가 현재의 의기소침한 지우 엄마에게 찾아준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카페 제이니'에서 보낸다. 그렇게 자신만의 공간에서 과거 경주로의 복귀를 그린다. 오후의 짧은 시간이지만 과거 경주로 돌아가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그리는 지우 엄마와 노경주의 삶은 어떻게 될까?

 

p.28. 잠만 사라지면 낮의 지우 엄마와 밤의 노경주로 나뉘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나 죄책감 없이 엄마로도 자신으로도 균형감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은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결혼이, 출산이, 육아가 계속되는 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전에 육아에 필요한 제도들부터 개선한다면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경주의 사랑이, 여성들의 모성애가 더 이상 고민거리가 되어선 안될 것이다. 아이 엄마로 살아가는 지우 엄마가 노경주의 삶도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꿈꿔본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지우 엄마들의 삶도, 과거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온 모든 노경주의 삶도 응원하게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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