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식사 -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식인문학자 주영하가 들려주는 음식으로 보는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음식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우리는 150여 년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그 답을 <백년식사>에서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1876년에서 2020년까지 145년 동안의 우리 음식 문화를 풀어내고 있다. 개항, 식민지, 전쟁, 냉전, 압축성장, 세계화.

저자가 키워드로 제시한 단어들은 우리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개항전 조선의 음식(조지 포크)과 120여 년 전 세계를 일주하며 먹었던 서양 음식(김득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접한 우리 음식 첫인상은 어떠했을까? 커피에 소금을 친 김득련이 케이크는 어떻게 먹었을까?

가볍고 즐겁게 시작한 음식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점점 무겁고 슬프게 변한다.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개항과 식민 통치가 우리 식탁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계속 눈에 밟히는 것은 '가난, 굶주림'이었다. 수탈과 착취. 그 배고픔이 해결된 게 불과 몇십 년 전이라는 것도 놀라웠고 그 과정도 놀라웠다.

일본 음식인 줄 알았던 것이 우리 음식이고, 우리 음식인 줄 알았던 것이 외래 음식이 된 사연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음식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가 저자의 이야기에 더욱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압축성장의 부작용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지만 하루 세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게 고마웠다.

정말 다양한 음식들과 음식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중 가장 접해보고 싶은 음식은 함흥의 농마국수이다. 감자로 만드는 국수인데 그 과정이 정성 그 자체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감자 농마국수를 고향의 요리법대로 만들어 판매하는 음식점은 많지 않다고 한다. 감자를 삭히는 데만 3개월 정도가 걸리는 전통방식을 지킨다는 게 가능할까? 독특한 음식을 만나는 재미에 음식을 둘러싼 뒷이야기를 만나는 재미가 더해져서 순식간에 에필로그를 읽게 되는 책이다.

한 마리에 9900원 광어회가 가능하게 된 데에는 제주도 바나나의 일조가 있었다고 한다. 바나나와 광어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IMF는 음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없을 것 같았는데 그때 무너진 종자상들이 가지고 있던 '씨앗 재산권'에대해 알게 되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청양고추 씨앗의 주인은 미국 종자회사인 것이다.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 역사의 흐름과 함께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저자는 과거를 뒤로하고 멀리, 다르게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여기에 음식과 역사를 다룬 많은 책들과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코로나19이후의 우리 식탁을 그려보는 저자의 이야기로 책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책이 만들어낸 잔향은 오래도록 맴돌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