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 길 위에서 만난 나와 너,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조아연 지음, 고요한 사진 / 하모니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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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흔히 우리는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거운 순간을 살아 내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마음의 상처 또한 내가 가지고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견뎌내는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견디지 않는 삶이 있기는 할까? 그래서 저자의 글에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말을 줄여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즐겨 쓴다. 하루에 하나 정도의 소확행을 찾으려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생각해보면 하나 정도는 떠오른다.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저자처럼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인생을 살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여행을 선택한듯하다. 우리들은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p.21.여행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은 당연하지 않은 일로 만들었다.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제목을 접하고 혼자만의 오해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저자의 뜻과는 상관없이 엉뚱하게 글을 읽었다. 여행에서 만난 멋진 곳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의미로 제목을 받아들인 것이다. 짧은 글들이 이어지면서 여행이 주는 많은 상념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의 상념에 공감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나의 상황에 부러움이 컸다. 그런 부러움이 저자가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것인지, 소소한 것들에 행복해하며 떠날 수 있는 저자의 용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에 담긴 은은한 향기가 부러움을 더욱 키운다.

이름도 낯선 도시를 만나 느끼는 설렘은 어떤 것일까? 유명 여행지가 아닌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좁은 골목을 찾아 나서는 저자의 길을 함께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내게서 조금 더 멀어진 용기 있는 삶이 저자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의 의미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었다.

p.179. 사람들의 부러움과 다르게 나는 늘 내가 여행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좋았을 터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왜 나는 여행을 떠나는 걸까. 조금 마음이 먹먹해졌다. 여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행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들은 삼키고 또 삼켰다.

 

저자 조아연은 힘들고 지칠 때 여행을 통해서 살아갈 힘을, 행복을 찾은 듯하다. 그 행복은 에서 시작해서 그리고 당신으로 퍼져간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여행에서 받은 행복은 결을 달리한다. 사랑은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빛을 발해 새어 나오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런 사랑과 함께하는 여행을 소소하게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 둘 너와의 여행은 너무나 달콤했다. 잔잔한 이야기는 여행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인 이야기 셋 당신들에서 닻을 내린다.

p.10.길 위에 조금씩 쌓인 시간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길은 앞으로의 나를 만들 테니 결국 난 여행을 계속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찮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포기하지 못해 계속 여행을 떠나게 될 것 같았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보다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자기성찰을 보여주고 있어서 깊어지는 겨울밤에 함께 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짧은 글들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삶의 의미가 깊은 사색에 닿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그 매력은 글과 함께 실린 산뜻한 사진으로 더 커진다. 산뜻한 사진과 편안한 글들의 매력이 저자와의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 삶의 깊이를 여행으로 그래낸 수묵화 같은 은은한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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