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 - 문장의 왕국 조선을 풍미한 명문장을 찾아서
백승종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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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조선은 문장을 너무도 중시한 나라여서, 누군가는 한 장의 글로 출세를 하였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에서 백승종 교수는 글의 파워를 들려준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들의 글들을 소개하고 그 문장이 만들어낸 역사(歷史)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문장의 역사는 조선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었다. 문장의 특색도 조선의 성리학과 연결되고 문장의 파워는 사화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당파 싸움을, 조선의 아픔을 함께 한다. 글이 가진 힘도, 문장가가 그려낸 세상도 조선 역사의 일부인 것이다. 그래서 문장가들의 이야기는 조선 선비들의 이야기가 되었고, 멋진 문장들은 조선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제1부 시대의 문장에서는 고려 말 이색과 그의 제자인 정몽주와 정도전을 시작으로 조선 시대 명문장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낯익은 이들도 있었지만 낯선 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시서화를 좋아하는 이들이었기에 권력과는 거리를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권력과 거리를 둔 이들과 권력의 중심에 서있던 이들의 글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있는 명문장가들은 마치 사화를 만들어냈던 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당파 싸움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던 성호 이익의 글이 떠오른다.

1부에서 상소문과 같은 공적인 글을 다루었다면 제2부 문장의 시대에서는 서간문과 같은 사적인 글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2부에 담긴 글들은 사랑, 우정, 그리움 등의 개인적인 감정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유성룡과 이순신의 우정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서거정의 글은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아름답게 피어났다. 그렇게 문장은 꽃이 된 듯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글은 한 편의 시로 목숨을 내놓은 선비 중의 선비 석주 권필의 시였다. 지금 여의도에 권필처럼 자신의 뜻을, 정의를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재미난 역사 이야기는 멋진 문장 이야기 뒤에 따라오는 즐거움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각 시대별로 글, 문장에 대한 특색들을 먼저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뽑은 19세기 조선의 최고의 지식인은 누구일까? 또 우리 역사상 최고의 명문장가는 누구일까? 다산 정약용이 만년에 '참스승'이라 믿고 흠모했던 문장가는 누구일까? 저자가 정리해 준 조선을 대표하는 문장가들중에서 누구를 최고로 선택할 수 있을까? 조선의 명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는 즐거움과 조선 선비들의 역사를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이 합해져 두 배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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