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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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르 피가로》지의 그랑프리를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을 만나보았다. 세계 50여 개국을 여행한,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에서 더 인기가 많은 작가가 들려주는 <오후의 이자벨>에는 미국 남성과 프랑스 여성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잔잔하고 평범한 사랑이 아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하버드로스쿨 학생과 번역을 하는 유부녀의 열정적인 사랑이야기인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불륜이지 싶었다.

p.87. "일 년은 그리 길지 않아. 우리의 오후는 ……이 오후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항상 우리와 함께할 거야."


아마도 남자 주인공 샘처럼 여자 주인공 이자벨의 심오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미국과 프랑스의 사랑이 다를까? 남성의 사랑과 여성의 사랑이 다를까? 작은 차이는 있겠지만 바탕은 같을 것 같다. 두 주인공을 통해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p.376. 결혼이나 동거가 아닌 사랑, 내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심오한 관계, 그러면서도 덧없는 관계.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은 '가정'인듯하다. 사랑의 진정한 결실은 결혼이고 가정이라 여기는 샘은 끊임없이 이자벨에게 자신에게 오기를 요구한다. 사랑없이 지내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인데 자신의 가정을 만들기위해 타인의 가정을 깨는 것이 오를까? 가정의 시작은 사랑이지만 가정을 지탱하는 힘은 믿음이고 신뢰일 것이다. 배우자를 믿고, 부모를, 자식을 믿고 응원해주는 믿음이 서로의 결속을 더 탄탄하게 할 것이다. 미국에서 이룬 샘의 가정은 어떠했을까? 프랑스의 이자벨은 아직도 오후의 사랑을 즐기고 있을까? 오늘 가정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고 있는 듯하다.

p.435.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사랑을 찾으려고 애쓰는 건 가장 인간적인 추구였고, 언제나 그 행로는 우연의 음악에 달려 있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샘이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상대방에 다 들키고 마는 샘의 사랑은 이자벨부터 꼬이기 시작한듯하다. 변호사 레베카와 결혼하면서 이자벨과의 지독한 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레베카의 평범하지 않은 성격탓에 샘은 다른 사랑을 꿈꾸게 된다. 샘의 마지막 사랑처럼 느껴졌던 극작가 피비와의 만남은 최악이었다. 개인적으로 샘의 사랑중에 가장 최악이라 생각한다. 샘의 최고의 사랑은 누구였을까?

p.223.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나를 좋아하는 여자사이에서 더는 갈등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잠깐 홀가분해지기도 했지만 못내 가슴이 쓰라렸다. 갖기 어려울수록 더욱 갖길 원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샘과 이자벨의 오래된 오후의 사랑은 불륜일까? 사랑일까? 그것에는 답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천만개의 사랑은 천만개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 당연할 것이다. 사랑의 모습이 다르기때문에 우리는 늘 사랑을 시작할 때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사랑의 모습이 비슷하거나 같다면 사랑은 식상하고 지루할 것이다. 새로운 사랑을 꿈꾸고 있다면 샘과 이자벨, 레베카의 사랑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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